“외환시장 안전판 확보”… 환율 급락

입력 2011-10-19 21:34

한·일 간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 합의로 우리나라 외환자금시장에 안전판이 추가로 확보됐다. 700억 달러로 규모도 시장의 예상보다 컸고, 달러화로 교환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가 신설됐다는 점에서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다. 우리 외환시장은 위험요인이 줄었다는 기대감으로 19일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이번에 양국은 중앙은행을 통해 원화와 엔화를 교환하는 통화스와프를 300억 달러 규모로, 원화와 엔화를 미 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를 4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필요시 우리 원화를 일본에 주는 대신 같은 규모의 엔화와 달러로 교환해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특히 이번에 양국 중앙은행 간 달러 통화스와프가 신설된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위기 시 긴급 공수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셈이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원·엔화 간 통화스와프만 200억 달러까지 확대됐고, 달러 통화스와프는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합의에 따른 100억 달러 규모만 존재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번 통화스와프 합의의 원칙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선제적이어야 하며, 충분한 규모여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금융시장의 안전성이라는 ‘지역 안전망’ 강화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양국이 통화스와프를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외환시장 안전판을 마련함으로써 시장 불안감을 최소화한다는 데 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로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 3034억 달러에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260억 달러까지 합해 총 4000억 달러 수준의 외화유동성을 확보한 셈이 된다. 이에 따라 외화유동성 우려가 완화돼 차입금리가 내려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내 은행과 기업들의 경쟁여건이 나아지면서 국가 신용등급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토대도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번 통화스와프 확대는 한국의 신용등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원 떨어진 1131.90원으로 급락하는 등 여파가 즉각 나타났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예상보다 큰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에 외환시장 반응이 컸다”면서 “실제로 스와프할 가능성은 작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안전판이 생겼다는 기대로 장기적으로 환율 하방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