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보다 ‘선택과 집중’… 틈새시장 노린다
입력 2011-10-19 00:53
[블루오션 찾아 나선 증권사들-(2) 중소형사, 차별화된 특기로 승부]
자기자본이 3조원에 미치지 못해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로의 진출이 곤란해진 중소형 증권사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유상증자나 합병으로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자사만의 특기를 발휘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사업구조가 엇비슷한 중소형사들 스스로가 ‘2~3곳이 합병을 하더라도 합병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중소형사는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08년부터 전문 인력을 모아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비해 온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 했지만, 남아 있는 국내외 대형 투자은행(IB) 관련 업무를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까지 글로벌 CTA펀드에는 1288억원이 모였고, 이달 중순에 새로운 사모 재간접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상반기에 세계적 기업인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자신감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판매채널과 검증된 운용인력을 보유했다는 평을 듣는 하나대투증권은 해외 헤지펀드 운용사와의 네트워크를 활용, 한국형 헤지펀드 초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헤지펀드 시장이 형성되면 증권사가 보유한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 대차거래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금융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혁신적인 CIB(은행·증권 통합) 비즈니스모델을 재창조할 생각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체계를 갖추는 데 힘을 집중해 고객중심 경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는 포기했지만 4월부터 영국계 자산운용사 FRM의 헤지펀드 상품을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팔고 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IBK기업은행과 중소기업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투자자와 기업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업계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돌풍을 일으켰던 동양종금증권은 확정금리형 상품의 강자라는 장점을 내세울 생각이다. 실적배당형 상품부터 퇴직연금, 방카슈랑스 상품까지 다양한 자산관리형 상품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여·수신 기능을 가진 이점을 십분 활용할 준비 태세를 갖췄다. 내년부터 유일한 종금형 CMA 판매 회사가 되는 만큼 수익성 높은 대출자산을 본격적으로 운용할 생각이다.
온라인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고, FX마진거래와 미국주식 거래 중개 등 신사업 분야에 강점을 가진 키움증권은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노하우가 많은 우리만의 장점으로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도 다양한 수익기반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1000억원대 공모 선박펀드를 출시했던 하이투자증권은 선박금융 특화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KB투자증권은 은행계 증권사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파이낸싱 상품들을 개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대응하려고 한다. NH투자증권은 내년 3월 NH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영업망을 확충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