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7%만 올리겠다”… ‘들쑥날쑥’ 우윳값 문제는 유통구조
입력 2011-10-19 00:51
서울우유를 비롯해 우유업계가 잇따라 우유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원유가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원유가 인상폭에 비해 과도한 가격 인상이란 지적이다. 시장 안팎에선 복잡한 유통구조가 가격 인상의 주범이라며 이에 대한 개선 없이는 우유 가격 안정을 낙관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착한 농협?=농협 하나로마트는 19일 “서울우유가 24일부터 흰 우유 소비자가격을 9.5% 인상해도 소비자가격을 7% 정도만 올리겠다”고 밝혔다. 서민 물가안정을 위해 자체 마진폭을 줄여 정부 시책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현재 서울우유에서 만든 흰 우유 1ℓ를 2150원에 팔고 있지만 24일부터는 2300원으로 150원 올려 판매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농협이 앞장서서 유통마진 일부를 포기하면서 다른 유통업체들도 인상폭 줄이기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지난 8월 낙농가와 우유업체들은 원유 가격을 138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2008년 이후 사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원유 가격이 3년째 동결되고 있어 낙농가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원유가가 오르자 우유업체는 “원가 상승으로 하루에 수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정부는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인상을 참아 달라고 업체들을 설득했다.
그동안 정부와 우유업체들은 원유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우유 가격 구조를 살펴보면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가격 상승은 낙농가보다 우유업체와 유통업체의 탓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우유 가격의 30% 이상이 유통비용= 2008년 8월 원유 가격협상에서 ℓ당 584원이었던 원유 가격은 120원(20.5%) 오른 704원으로 결정됐다. 반면 원유 가격에 집유비·검사비·이윤을 더한 출고가격은 1206원에서 1442원으로 236원 상승했다. 흰 우유 소비자가격은 1800원에서 2180원으로 380원 올랐다. 출고가격에 인상된 제조원가가 이미 반영됐는데도 원가 상승을 빌미로 소비자가격을 원유 가격 상승폭보다 3배 이상 올린 것이다.
오는 24일부터 인상될 서울우유 가격(농협 하나로마트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소비자가격에서 원유 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은 36.6%에 불과하다. 원유를 수집·검사하고 멸균 가공하는 데 드는 제조 경비와 이윤을 합쳐 우유업체가 가져가는 몫은 32.9%이다. 나머지 30.5%는 유통업체가 가져간다.
이 때문에 복잡한 유통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우유 가격 안정을 바라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유업체는 지점→대리점→중소유통점·일반 가정·특수거래처(학교 등)로 이어지는 유통 경로와 지점→대형할인점으로 이어지는 직거래 경로 등 크게 두 가지 유통망을 갖고 있다. 특히 대리점을 통한 유통방식은 복잡다단해 중간 단계 마진을 감안하면 유통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