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 교환, 이번엔 1대 80?… 美·이스라엘 이중국적 그레이플 대상
입력 2011-10-19 19:15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1명대 1027명 포로 교환에 이어 이번에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1대 80의 수감자 교환이 추진된다.
주인공은 미 에모리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아일린 그레이플(27)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그는 지난 6월 간첩 혐의로 이집트 당국에 체포돼 수감 중이다.
그레이플을 이스라엘에 수감된 이집트인 80명과 맞바꾸자는 협상이 두 나라 당국 간 진행되고 있으며, 며칠 안으로 석방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보안 당국 관계자는 “1명대 1027명 포로 맞교환이 끝나는 대로 이에 관한 최종 합의가 이스라엘과 이뤄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석방 예정인 이집트인들은 마약 등을 거래하다 국경에서 붙잡힌 사람들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에 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레이플은 지난 1월 이집트 시민혁명 과정에서 시위대를 선동하고 폭력 행위를 조장한 혐의로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체포됐다. 미국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그레이플은 이스라엘에서 낙하산병으로 군복무를 했고, 2006년 레바논 전쟁에서 부상을 입었다.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스라엘 군복을 입은 사진을 올렸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그레이플의 부모는 “아들은 호기심이 많고 순진하고 평범한 청년이다. 난민 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려고 카이로를 방문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그를 석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커졌다.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일 그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그레이플의 석방 대가로 이집트인 수감자를 80명이나 풀어주는 것은 이집트와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곧 치러질 이집트 선거에서 이슬람 세력의 득세를 두려워하고 있다. 중동에서 고립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이집트에선 최근 이스라엘 대사관이 공격받는 등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군의 공격으로 이집트 보안군 5명이 숨진 일에 대해 최근 유감을 표시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