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사재기 나선 美 대선 후보들… ‘특정후보 비방용’ 분석

입력 2011-10-19 18:48

‘stickittorick.com’(페리와 맞붙자) ‘rickperrynot.com’(릭 페리는 안 된다) ‘buryperry.com’(페리를 묻자).

지난달 2일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구입한 웹사이트 주소들이다. 2851달러나 들였다. 같은 당 내 경선을 벌여야 하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롬니를 맹추격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된 날이었다.

미국 대선 후보들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상대 후보를 반대하고 있는 인터넷 도메인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올해 도메인 확보를 위해 롬니 전 주지사가 1만2097달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065달러를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페리 주지사 측은 “그럴 돈이 있으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자신 역시 “많이 사지는 않았다”며 구입을 시인했다. 이 밖에도 공화당 대선주자인 론 폴 연방 하원의원과 지난 8월 중도 사퇴한 팀 폴렌티도 각각 208달러, 668달러를 도메인 구입에 사용했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도메인을 전략적으로 사들이고 있는지는 보안에 부쳤다.

도메인 확보 전쟁은 ‘특정후보 비방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2004년, 2008년 대선 때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매번 선거철마다 도메인 투기꾼들이 극성을 부릴 수 있다는 문제점도 발생했다. 사용되지 않거나 빈 페이지인 경우도 많다.

실제 정치적으로 노골적인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는 ‘고대디닷컴’(godaddy.com)의 경우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페리 주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난 이틀 후인 지난 8월 15일 오바마 대통령 측은 이 업체에 3958달러를 지불했다. 오바마 대통령 측은 “페리와 관련된 도메인을 구입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페리’란 단어가 들어간 도메인은 70여개나 팔렸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