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등 민감현안 비켜간 채… 한·일 ‘어색한 스킨십’

입력 2011-10-19 21:34


화기애애했지만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3시간 넘게 진행된 19일 한·일 정상의 만남은 일본이 “친해 보자”고 다가서면 한국이 “아직은 좀…” 하며 한발 빼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18일 오후 입국해 서울 강남의 한식당 삼원가든에서 갈비와 추어탕을 먹었다. 노다 총리 별명은 미꾸라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에서 “일본에 추어탕 요리가 있는 줄 몰랐다. 일본에 가게 되면 추어탕을 먹게 해 달라”며 농담했고 노다 총리는 “다양한 미꾸라지 요리가 있다. 오시면 다른 요리도 많이 대접하겠다”고 화답했다.

일본은 오래전 이 대통령을 국빈 초청했다. 기자회견에서 한 일본 기자는 이 대통령에게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일본에 오실 생각인가”라고까지 물었다. 이 대통령은 “노다 총리께 양국 간 어려운 점이 있고, 적극적 해결을 기대한다고 했다”며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같은 자리에서 노다 총리가 “이 대통령이 되도록 조기에 방일하겠다고 하셔서 상당히 반갑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양국 모두 피해갔다. 이 대통령은 위안부나 독도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과거사 문제는 “노다 총리가 성의를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기대한다”고만 했고, 노다 총리는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적 차원에서 협력하자”는 말만 반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말은 위안부를 거론하는 것보다 일본이 더 아프게 받아들일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노다 총리는 조선왕실의궤 5권을 반환하며 “한국에도 일본 관련 문서가 있다. 그것도 (일본 측이) 접할 수 있도록 개선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국내에 있는 대마도 영주 종씨(宗氏) 관련 문서를 일본인들이 열람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조선왕실의궤 나머지 도서는 다음 달이라도 준비만 끝나면 반환되리라 본다”고 했다.

앞서 노다 총리는 이상득 의원 등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과 조찬을 하며 “일본에선 이 대통령이 한·미 FTA(를 위해 활동) 한 것을 감동적으로 봤다”면서 한·일 FTA의 조속한 체결에 협조를 당부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