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대담
입력 2011-10-19 21:28
[미션라이프] 9개월간 내홍을 끝낸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19일 국민일보와 대담을 갖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길 대표회장은 “4개월 남짓한 임기동안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며 “한기총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환자다. 치료해야 하는데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대담 : 이승한 종교국장
장소 :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내 한기총 대표회장실
-한기총 사태를 통해 느낀 점은 무엇인가.
“언젠가 한기총 사태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해명보다는 모든 것을 싸안고 한기총 발전과 부흥을 위해 재정비 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느낀 것은 아무리 좋은 계획을 갖고 있더라도 그 계획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또 한기총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매우 지대하다는 걸 확인했다. 한기총의 지난 아픔은 하나님의 경고라고 생각한다. 보다 겸손하게 일하겠다.”
-지난 임시총회에서는 한기총에 대한 질타를 고통스런 격려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고통스런 격려라고 밝힌 것은 지금도 변함없다. 고통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한기총은 한국교회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세 가지 차원에서 봉사할 것이다. 첫째 한기총이 좀더 영적으로 거듭나야겠다는 것이다. 둘째 정실에 얽매이지 않는 한기총이 되겠다. 셋째 빛이 어둠에 들어가고 소금이 물 속으로 들어가듯 한기총도 사회의 어둡고 그늘진 곳을 찾아갈 것이다.”
-한기총 개혁과 관련돼 구체적인 안이 있는가.
“설립 20여년이 된 한기총은 그 조직과 정책 집행과정에서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선 안으로부터의 개혁을 진행 중이다. 가장 중요한 건 시스템 변화다. 현재 구조는 연합기관으로서는 맞지 않는다. 지난 17일 소임원회에서는 기구를 적법하게 개혁할 것을 결의했다. 현재 4국 3부, 총무와 사무총장 직제를 축소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한기총은 전체 한국 기독교인들과의 벌어진 간격을 좁히는 데 노력할 것이다.”
-최근 ‘7·7 특별총회’에서 통과된 정관, 운영세칙 등에 대한 개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사실 직무대행 체제 속에 만들어진 정관 개정안을 살펴보면 한기총의 현실을 모르고 개정한 부분이 군데군데 보인다. 내 입장에서 정관 개정은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현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 임시총회에서 총대들이 반발했던 것은 ‘왜 우리는 한기총에 봉사를 많이 했는데 임원 이름에 한 명씩 밖에 없느냐’는 것이었다. 많은 총대들이 정관 개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특별위원회인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위원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
“위원장 선임을 안 한 것은 몰라서가 아니다. 과거보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은 이단문제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기총이 만약 이 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제2의 한기총 파동이 올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더 신중하고 합법적으로 처리하려 한다. 그래서 늦어지는 것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현재 위원장 선정과 관련해 솔직히 몇몇 세력 갈등이 존재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선택하면 다른 쪽에서 반대할 수 있기에 신중하자는 것이다. 갈등 당사자를 배제하고 적절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단 사이비 단체와 이를 영입한 교단에 대해서는 임원회에서 논의할 안건으로 상정돼 있는 상태다.”
-공약 2∼3개를 선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한기총 대표에 출마했을 때 많은 공약을 내세웠었다. 그러나 한기총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야무야 됐고 어느 것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었다. 따라서 남은 임기 동안 기초를 놓고 싶다. 우선 ‘처치 스테이’의 밑그림을 그릴 것이다. 불교계와도 이전에 논의한 바 있지만 처치스테이는 템플스테이의 반동으로 시작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의 의도는 기독교 문화를 창달해 올바른 기독교 신앙을 일반 국민에게 소개하고 기독교가 한국 근대사에서 엄청난 기여를 했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를 기독교문화체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둘째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한기총 하부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과거 한기총과 연계해 생긴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전국 조직망을 구성하겠다. 셋째는 통일헌금이다. 기독교인들이 통일에 대비해 통일헌금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WEA와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무엇인가.
“유치 확정까지 긴박했다. 2년 전부터 WEA는 한기총과 더불어 세계 대회를 한국서 개최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한기총 분란이 발생하자 논의가 지지부진해졌고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었다. 그런 상황 속에 지난 7월 대표회장 추인을 받은 뒤 급하게 WEA에 대표를 파견했다. 이후 진지한 토론을 거쳐 2014년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확정한 것이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WEA본부를 직접 방문했다. 이전까지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가장 큰 단체인 줄 알았다. 그러나 WEA의 방대함과 영향력에 놀랐다. 다음달에는 제프 터니클리프 WEA대표를 비롯한 지도자 7∼8명이 방한한다. 그들에게 한국교회를 소개하고 내달 14일 WEA 출정식과 감사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대통령 면담도 예정되어 있다.”
-최근 기독자유민주당이 창당되는 등 교계의 정치 참여가 활발하다. 기독교가 정치에 관여하는 걸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 신앙 차원의 사회봉사와 정치활동에 대한 판단과 비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현재 기독교 정당과 관련된 다양한 견해는 유럽 기독 정당과의 정치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최종 목표는 지상에서 예수를 믿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다가 영원한 천국에 가는 것이다. 지나치게 세상일에 관여하게 되면 자칫 복음의 본질을 잃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정리= 사진=조재현 인턴기자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