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박지은, 궁륭산병성배 2연패

입력 2011-10-19 17:30


세계 여자 최강을 가리는 제2회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가 지난 9일부터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렸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유럽 북미의 대표 16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13일까지 펼쳐지며 우승자를 가렸다. 한국 대표로는 8월 당시 여자랭킹 최상위자 박지은 9단이 시드를 받았고, 나머지 두 명은 상위랭킹 8명의 크로스 토너먼트를 통해 루이나이웨이 9단과 박지연 2단이 선발됐다.

중국 5명, 한국·일본 각 3명, 대만·유럽·북미 각 1명 등이 출전한 16강전에서 박지은 9단은 일본의 요시다 미카 8단, 루이 9단은 대만의 장정핑 2단, 박지연 2단은 중국의 리허 3단을 각각 꺾으며 8강에 올랐다. 다음날 8강전에서도 박지은 9단과 박지연 2단은 중국의 위즈잉 초단과 천이밍 초단에게 승리를 거두었고, 루이 9단은 일본의 무카이 치아키 4단을 이겨 한국 대표 3명이 모두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지난 1회 대회에선 박지은 9단이 탕이 2단과 헤이자자 초단에게 잇달아 승리를 거두며 초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한국의 대회 2연패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박지은 9단과 루이 9단이 맞붙었다. 상대전적을 보면 박지은 9단이 9승14패로 밀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는 박지은 9단이 4승1패로 앞서고 있다.

유난히 세계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온 박지은 9단은 이번 승부에서도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유연한 기풍을 선보이며 거칠게 달려드는 루이 9단을 가볍게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는 박지연 2단을 꺾고 올라온 중국의 탕이 2단. 1회 대회 때 박지은 9단에게 준결승전에서 패한 탕이 2단은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도 설욕을 하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셔야 했다.

‘국제용’이라고 불리는 박지은 9단은 다시 우승을 차지하며 궁륭산병성배 2연패를 차지했다. 국내기전에서는 조혜연 9단과 루이 9단에게 번번이 패하며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대회만 나가면 유난히 강해진다. 2003년 개인전으로 치러졌던 정관장배에서 첫 우승을 한 데 이어 2007년 대리배, 2008년 원양부동산배, 2010년 궁륭산병성배 등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2007년 12월 이후) 박지은 9단이 거둔 성적은 36승5패로 87.8%의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국내기전인 명인전, 국수전, 기성전 3관왕을 차지하고 있는 루이 9단은 세계대회에선 매번 박지은 9단에게 패하며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떤 기사이든 인연이 닿는 기전이 있다. 앞으로 여자바둑계 판도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가 된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