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가 말하는 기독교 정당의 성공 조건은?
입력 2011-10-19 14:17
[미션라이프] ‘기독교 정당’의 성공 조건은 뭘까. 분명한 신앙적 관점일까, 아니면 정치적 논리일까. 기독교 정당의 성공 조건을 헌법학자가 따져봤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원칙들을 통해서다.
이국운(사진) 한동대(헌법학) 교수는 18일 저녁 명동 청어람에서 열린 바른교회아카데미 주최 목회자 포럼에서 ‘한국 개신교회의 정치 참여, 그 문제점과 대안’ 제목의 발제를 통해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충족시켜야 할 몇 가지 헌법적 요건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제시한 기독교 정당의 헌법적 요건은 △타인에 대한 종교적 자유침해가 없을 것 △정치와 종교의 분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수호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 등이다. 이 교수는 “이 조건들은 대의제 민주주의가 교회 체제에 뿌리를 둔다고 했을 때 친교회적인 요소들”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 정당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란 의미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재 추진 중인 기독교 정당이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기독교 정당의 토대가 되고 있는 교회 내부의 소통 부재를 문제로 꼽았다. 예배의 일방성, 토론이 사라진 공동의회, 지성이 결여된 ‘은혜 만능주의’ 등이다. 이 같은 요소가 스며들어 있는 지금의 기독교 정당으로서는 정당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만식 장로가 창당한 조선민주당, 한경직 목사 등이 주도한 기독교사회민주당 등을 대비시켰다. 그 당시 한국 교회가 보여줬던 민주적 시스템이 성공적인 기독교 정당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때 교회는 당회를 중심으로 교회와 나라를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고 토론하는 민주공동체였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나 남여·적서(嫡庶)의 차별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 교수는 “정권을 잡으려면 개신교만을 설득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정치 그 자체도 넓은 의미의 전도인 만큼 타종교인이나 대한민국 국민을 설득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정치적 소통의 훈련 없이 무턱대고 정당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한국 개신교회는 물론 한국 정치 그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충고다. 기독교정당이 본격화되면 소통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타종교도 앞다퉈 정당정치에 뛰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금은 기독교정당을 만들 때가 아니라 유권자운동이나 정책대안운동 등을 통해 기독교 정당을 만들 수 있는 역량 축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개교회나 일부 단체가 하고 있는 투표 참여운동에 대해서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하나님이 맡기신 정치의 책임을 다 감당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당을 만들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교육, 의료, 언론, 복지, 사회운동 등을 정치의 책임을 감당하거나 교회 내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일꾼을 배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글·사진=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