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원석연 화백 ‘박정희 연필 초상화’ 등 경매 나온다

입력 2011-10-18 19:13


연필화로 유명했던 원석연(2003년 작고) 화백의 회고 중 한 대목. “1960년대 초가집을 그리기 위해 전국을 누볐지. 어느 날 경북 구미에서 그럴듯한 초가집을 발견하고는 화폭에 옮기려고 하는데 웬 건장한 남자들이 갑자기 나타나 강제로 내쫓는 게 아닌가. 멱살을 잡고 실랑이를 벌이는데 알고 보니 박정희 대통령 생가라는 거야. 때마침 박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했던 거지.”

박 대통령은 원 화백을 불러 “좋은 그림 많이 그리고 가라”고 정중하게 격려한 뒤 “나중에 서울에 오면 청와대로 한번 놀러 오시라”고 했다. 원 화백은 두어 달 후 박 대통령 생가 그림을 들고 청와대로 찾아갔다. 박 대통령이 그림을 보고 감탄하면서 큰 액수의 금일봉을 내놓았다. 이후 1970년 원 화백이 서울 명동 미도파갤러리에서 연 전시회를 박 대통령이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경축 원석연씨 작품전’이라는 글씨(위 사진)를 남겼다. 육영수 여사와 김종필 국무총리도 각각 이름을 적었다. 이에 원 화백은 단호한 이미지의 박 대통령이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는 연필 초상화(아래)를 그렸다. 그리고 40여년 세월이 흘렀고, 박 대통령의 인물화와 방명록 글씨 등 일체가 25일 서울 경운동 아이옥션에서 열리는 ‘장터’에 나온다. 시작가는 350만원.

경매에는 박 대통령 집권 초기 시찰에 나선 모습을 찍은 컬러사진(시작가 30만원)과 육 여사가 1966년 4월 27일자로 엽서에 적은 친필 사인 및 사진(시작가 50만원)도 출품된다. 이 밖에 도자기와 근현대미술품 등 260여점의 출품작을 18∼24일 아이옥션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02-733-643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