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수영선수, 좌절을 딛고… 국제대회서 비장애인과 겨뤄 첫 메달

입력 2011-10-18 19:12

국제 수영대회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수영 선수가 비장애인과 겨뤄 처음으로 메달을 따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애리조나 출신의 마르커스 타이터스(25). 타이터스가 17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팬아메리칸 게임 수영 100m 평영 결승에서 당당히 동메달을 땄다고 A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팬아메리칸 게임은 북·중·남미 대륙의 30여개국이 4년마다 여는 대회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인 대회다.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타이터스는 1분01초12의 기록으로 세계 최강인 브라질의 펠리페 프랑카(1분00초34), 펠리페 리마(1분00초99)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타이터스는 경기 후 수화 통역사 및 보청기를 이용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비장애인과 겨룬 국제 대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달을 따 기쁘다”며 “앞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밝혔다.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타이터스는 12살 때 엄마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다. 실력이 급성장해 청각장애인 스포츠계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8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 청각장애인 수영대회에선 금메달 5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최우수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비장애인과 겨뤄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내 대회에서 탈락하는 등 쓴맛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꿈인 올림픽 출전을 위해 훈련에 매진해 왔다.

타이터스는 “나는 물속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면서 “물속에선 청각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것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나만의 세계에 있다는 느낌을 줘서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또 관중들의 환호하는 모습은 내게 힘을 준다”고 덧붙였다.

출발 총소리를 들을 수 없는 타이터스는 수영장 플랫폼에서 물에 뛰어들 때 조명을 본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조명이 깜빡이는 것을 총소리 대신 신호로 인식하는 것이다. 타이터스는 “장애가 나를 좌절시킨 적은 없다”면서 “내년 런던올림픽에 청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국가대표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