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구조조정 ‘칼바람’ 휘몰아친다

입력 2011-10-18 22:58

기업들 사이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6년 이후 5년 만에 희망퇴직제를 실시한다. 대한항공은 18일 만 40세 이상, 근속 15년 이상 된 직원들 가운데 퇴직을 희망하면 심사를 거쳐 좋은 조건에 회사를 그만둘 기회를 주는 희망퇴직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채용이 이뤄진 올해 희망퇴직제를 통해 인력 생산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희망퇴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상무급 이상 임원 96명, 본부장급 이상 직원 60명 등 총 150여명을 본사로 불러 자발적 명예퇴직 신청을 권유했다. SC제일은행이 설립된 2005년 이후 임원 명예퇴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378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희망퇴직 바람이 금융권에 확산될 조짐이다.

전자업계도 일부 실적이 좋지 않은 사업부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LCD 사업부장(사장)과 부사장 2명을 전격 교체한 데 이어 임원급 10여명도 대폭 물갈이했다. 연말 정기 인사의 폭이 대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잇단 악재를 겪고 있는 LG전자도 분위기가 안 좋긴 마찬가지다. 특히 LG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의 부진으로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MC사업본부의 경우 인력 재배치 작업이 한창이어서 직원들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중국 베이징의 연구·개발(R&D) 조직을 옌타이로 이전했고, 프랑스 파리 R&D 조직도 현지인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인력 재배치 작업의 일환일 뿐”이라며 “인력 감축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은 글로벌 재정위기 확산으로 내년 초 한국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스위스 최대 금융회사인 UBS는 국내외 기관 중 처음으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2.8%)로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 경제연구소들도 대부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0%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