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무등산 SUN’ 잊혀진 빛 되살린다

입력 2011-10-18 21:34

선동열(48) 전 삼성 감독이 ‘친정’ KIA 사령탑으로 10개월 만에 일선에 복귀한다.

KIA는 18일 자진 사퇴한 조범현 감독의 뒤를 이어 선 감독을 새 감독에 임명했다. 선 감독이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기는 지난 1996년 임대 형식으로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로 진출한 이래 15년 만이다. 2009년 타이거즈에 통산 10번째 우승을 안겼던 조 전 감독은 내년까지 계약기간이 1년 남아 있지만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IA가 조 감독을 경질하고 선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힌 배경에는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 감독으로 하여금 과거의 영화를 재현해달라는 기대 심리가 자리잡고 있다. KIA는 2009년 1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지난해 5위에 그쳤고, 올해는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랐으나 준플레이오프에서 SK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KIA 팬들 사이에서 조 감독에 대한 해임 요구가 빗발쳤다. 투수력 강화가 필수적인 KIA의 현실도 마운드 운용의 귀재인 선 감독을 필요로 했다.

선 감독은 2005년부터 삼성 감독으로 재임하면서 강력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지키는 야구’를 완성했고 재임 6년 중 5차례나 포스트시즌에 팀을 올려놓고 삼성을 강팀으로 조련했다. ‘호남 야구의 간판스타’로 인기가 높은 점도 선 감독이 KIA로 금의환향하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됐다. 선 감독의 절친한 친구인 이순철 전 LG 감독이 수석코치로 KIA로 올 예정이어서 타이거즈의 영광을 주도했던 투타의 간판이 모두 고향팀에 복귀하게 됐다.

선 감독은 “고향팀 감독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고 부담감도 크게 느낀다”면서 “우선 마운드의 불펜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승부를 떠나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프로야구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화가 지난 2009년 말 연고지 대전 출신의 한대화 감독을 새 사령탑에 임명했다. 또 삼성은 지난해 12월 30일 선 감독 후임으로 대구 경북고 출신 류중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두산도 전신 OB에서 뛰었던 투수 출신 김진욱 감독을 최근 선임하는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중용하고 있다.

전국적인 팬 동원력에서 1위를 달리는 KIA가 선 감독을 선임한 것도 이런 흐름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장효조·최동원 등 두 스타의 타계로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열망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도 한몫 더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