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행정장관 선거 고민
입력 2011-10-18 18:23
중국이 내년 3월로 예정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곤경에 빠졌다. 중국 당국이 밀고 있는 후보 헨리 탕(唐英年·탕잉옌) 전 정무사장(총리격)에 대한 지지율이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홍콩대가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선두주자로 꼽히는 탕 후보는 지지율이 급락한 데 반해 홍콩 정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전 소집인 렁춘잉(梁振英)은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결과는 탕 후보가 2주일 전 자신이 과거 혼외정사를 범한 적이 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시인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전문가인 라우 유이슈는 이에 대해 “홍콩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관리들이 홍콩 여론을 무시한 채 지지할 행정장관 후보를 고르는 데 대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렁 후보는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533명 가운데 29.1%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고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전 홍콩 입법회 주석)인 리타 판(范徐麗泰·판수라이타이)이 19.2% 지지율로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탕 후보는 지지율이 14%에 그쳤다.
특히 ‘렁과 탕 두 후보 중 한 사람을 고른다면 누구에게 표를 던지겠느냐’는 질문엔 렁 후보에 대한 지지가 더욱 두드러졌다. 즉 렁 후보는 응답자 중 52.3%의 지지를 받아 탕 후보보다 무려 30% 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왕광야(王光亞) 주임은 지난 7월 차기 홍콩 행정장관의 3가지 자격조건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홍콩 주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그 가운데 하나로 거론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행정장관 선거는 각계 대표 1200명이 참여하는 선거위원회가 하게 된다. 선거위원회 위원 대다수는 친중국 성향의 사업가와 전문직 종사자들이 차지하게 돼 중국 측 의중이 결정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