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인도 최혜국대우 통상단절 끝내자”… 가난 때문에 앙숙에 무릎꿇었다
입력 2011-10-18 18:22
미국과의 관계 악화와 경제난이라는 이중고에 부딪힌 파키스탄이 ‘60년 앙숙’ 인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파키스탄은 최근 인도에 ‘최혜국대우’(MFN) 지위를 부여키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나라 간 역사적인 통상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60년 갈등 해소될까=히나 라바니 카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FT에 “파키스탄은 인도에 MFN 지위를 부여키로 했다”며 “이는 오랫동안 두 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쳐온 통상 단절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의회도 지난 13일 이 안에 합의했다.
MFN은 한 나라가 상대국에 교역국 중 가장 유리한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통상·항해·산업·거주·사법상 권리 등에 적용된다. 인도는 앞서 1996년 파키스탄에 같은 지위를 부여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와의 교역을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파키스탄의 재정적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3%대로 인근 국가에 비해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오랜 반목 탓에 인도와 파키스탄 간 무역 거래는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양국 공식 무역 규모는 27억 달러 수준이었다. 파키스탄과 중국의 무역량은 같은 기간 90억 달러에 이르렀다.
지난주 파키스탄과 인도는 향후 3년간 무역 규모를 연 6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안에 합의했다. FT는 이에 대해 2008년 뭄바이 테러 사건 이후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재개된 양국 통상회의의 첫 성과라고 평했다.
◇정치 불씨는 여전=카르 장관은 “정치 문제로 양국 간 경제 협상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어떤 장애에도 협상을 진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의 해묵은 정치적 갈등은 협상 과정에 장애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1947년 이후 양국이 영유권을 다퉈온 카슈미르 지역은 여전히 양국의 화약고다.
또 최근 양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는 중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 4일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략적 협력관계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자 파키스탄 군부는 파키스탄을 고립시키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국 관계에 능통한 한 외교관은 “파키스탄 입장에서 이 협상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두 나라 사이는 여전히 얼음처럼 부서지기 쉽다”고 평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