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 Fashion?… 국내 대거 상륙 그러나 값이 수상쩍다

입력 2011-10-18 22:04


직장인 유선화(26·여)씨는 지난 17일 명동에서 청바지를 사기 위해 스페인 SPA(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제조 직매 겸용점) 브랜드 ‘자라(ZARA)’ 매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국내 가격이 현지에서 구매했던 가격의 배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유씨는 “아무리 잘 알려진 메이커라고 해도 중저가를 표방한 SPA 브랜드인데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비싼 돈을 주고 굳이 이 제품을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유행에 따라 단기간 입고 버린다는 의미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5∼6년 새 해외 SPA 브랜드들이 국내에 대거 상륙했다. SPA 브랜드는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사가 맡고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해 제품 가격을 낮추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와서는 비싼 가격을 붙여 ‘명품’ 효과를 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5∼6년 새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를 시작으로 스페인의 자라와 망고(MANGO), 스웨덴의 H&M까지 국내에 상륙하면서 SPA 브랜드 시장은 포화상태다. 국내 브랜드로는 이랜드가 2009년 ‘스파오(SPAO)’를 론칭했다.

그러나 국내에 들어온 일부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매가는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돼 있다. 자라의 경우 스키니진이 스페인 현지에선 4만원대지만 국내 가격은 8만원대다. 자라 관계자는 “스페인 현지에서 만든 최신 트렌드 제품을 일주일에 두 번 공수해 온다”며 “항공운반하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반영돼 제품가가 차이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고 브랜드도 관세, 부가가치세 등이 붙어 현지 가격에 비해 국내 가격이 20% 정도 비싸다. 망고 매장에서 만난 이수연(30·여)씨는 “원피스 한 벌이 마음에 들어 가격표를 봤더니 15만원 가까이 한다”며 “너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이 비싸도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이기 때문에 열광한다. 대학생 이성원(23·여)씨는 “국내 브랜드에서 찾을 수 없는 트렌디하고 특이한 디자인의 옷이 많아 해외 SPA 브랜드를 좋아한다”며 “현지 가격과 차이가 있는 줄은 몰랐지만 수입 의류이기 때문에 비싸도 크게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소비심리를 명품에 열광하는 현상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해외 SPA 브랜드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의 과시욕을 자극하고 있다”며 “가격을 따지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보다 ‘남들이 알고 있는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있다’는 자기 고양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