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자산관리 낙제점] 여유자금 운용 수익률,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
입력 2011-10-18 22:49
지난해 일부 공공기관의 여유자금 운용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소규모 기금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연기금 투자풀을 이용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투자풀 제도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공공기관 자산운용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16개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중 국민연금관리공단(10.57%),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10.65%), 공무원연금공단(8.89%)을 제외하면 모든 기관의 수익률이 7.45%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2.6% 수익률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한국언론재단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이 3.78%,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이 4.35%로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예산정책처는 “사업성 기금의 자산운용과 관련된 전문인력 및 자산운용 조직 체계가 미흡하다”며 “공공기관의 경우 기존 인력의 전문성 보완을 위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와 정부는 연기금 투자풀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기금 투자풀 제도는 전문기관을 통해 기금이 예탁하는 여유자금을 통합 운용하는 체계를 갖춰 기금 자산운용의 전문성·효율성·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로 2001년 도입됐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옛 삼성투신운용)이 주간 운용사를 10년 연속 맡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강길부 의원은 “삼성자산운용이 2005년과 2009년 각각 4년 단위의 주간 운용사로 재선정됨에 따라 2013년 1월까지 무려 12년 동안 주간 운용사를 맡는 것은 특혜 시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2009년 주간 운용사 선정 과정에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풀의 수탁액을 평가 기준에 반영되는 순자산에 합산해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했다는 게 골자다. 감사원이 재산정한 평가 결과에 따르면 당시 2위를 차지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큰 점수차로 삼성자산운용을 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주간사선정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비교해 보면 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 자산운용 업계의 유관기관 출신 인사가 전체 7명 중 4명을 차지하는 등 위원 구성에도 객관성,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5년, 2009년 주간사선정위원회의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점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삼성자산운용은 투자풀운영위원회의 의결 내용과 달리 임의로 8215억원을 직접 운용하다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투자풀에 기금 운용을 맡기는 공공기관에 경영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위탁을 유도하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