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판매 수수료 실태… ‘명품 모시기’ 인테리어費 대주고 세일땐 수수료 추가할인
입력 2011-10-18 18:31
공정위 조사 결과 국내 백화점의 해외 명품에 대한 특별대우가 도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 매출액 상위 4위권에 들어가는 국내 업체조차 해외 명품보다 2배 가까운 판매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명 브랜드도 이런 대접을 받는 상황에서 중소 납품업체의 백화점 납품 실태는 더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명품에는 인테리어 비용도 안 받아=18일 공정위 분석 결과 백화점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에 주는 특혜는 낮은 수수료율만이 아니다. 먼저 수수료에 포함되는 비용의 범위가 달랐다. 해외 명품은 대부분 백화점으로부터 매장을 빌려 사용하고 그 대가로 사실상 ‘임대료’ 차원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형태로 운용됐다. 반면 국내 브랜드들은 백화점 측이 반품을 조건으로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거래 계약이 이뤄진다. 이 구조 하에서는 입점 업체가 물건을 선납하는 데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백화점 측의 통제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외 명품 중에는 임대료 차원의 수수료에 냉난방, 전기, 수도료 등 관리비까지 포함된 곳도 있었다. 반면 국내 브랜드들은 모두 관리비를 별도로 내고 있었다.
대표적인 해외 명품 매장의 경우 처음 입점했을 때는 물론 시즌마다 매장을 변경할 때 들어가는 인테리어 비용도 백화점이 상당 부분 부담해줬다. 백화점이 부담해준 비용은 최저 45.1%에서 최대 91.3%에 달했다. 국내 브랜드는 모두 자체 부담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백화점들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에는 인센티브 차원의 수수료율 할인도 정기적으로 제공했다. 5개 명품 업체의 경우 소위 ‘세일’을 하면 할인율에 따라 기존 수수료율에서 1∼3% 포인트까지 낮춰줬다. 2개 명품 업체의 경우 판매금액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최대 8% 포인트까지 수수료율을 낮춰주기도 했다. 이를 통해 최근 5년간 명품 업체들의 수수료율은 최저 1% 포인트에서 4% 포인트까지 낮아졌다. 전체적인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이 인상돼 온 추세와 반대되는 현상이다.
◇명품 횡포 만연, 공정위 칼 든다=유통업체들은 ‘갑’의 위치인 명품 업체 유치를 위해서는 그들의 요구를 받아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실제 명품 업체들의 수수료와 입점 유치를 둘러싼 각종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최근 롯데·신라면세점 등에 판매수수료를 10% 포인트씩 인하할 것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찌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5월 초 면세점 4곳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 내년 봄 상품부터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면서 “이후 면세점이 해당 시즌 제품을 주문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해당 면세점들은 “구찌가 국내 유통업체를 쥐어짠다”면서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선 상태다.
공정위도 명품 업체들의 횡포가 만연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명품 수수료율 공개를 통해 백화점들의 중소업체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하는 한편 유통업계에 관행처럼 자리잡은 각종 문제를 집중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지철호 기업협력국장은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유통업계에 만연한 계약상의 문제나 추가 비용 부담에서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것”이라면서 “조만간 법적 조치 부분들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