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美 의원에겐 직접 전화해놓고… MB 국회 설득 너무 형식적?
입력 2011-10-18 22:42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국회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협조를 요청했다. 전날 5부 요인 및 여야 대표들과 만난 데 이어 이틀째 한·미 FTA 문제로 국회 설득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홍재형 부의장, 김진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측 초청자들은 모두 불참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설득’은 한나라당 의원들만을 상대로 이뤄졌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 상임위원장들을 오찬에 초청한 것도 어젯밤 바로 연락이 왔다”며 “속도전에 야당이 끌려다니는 모양새여서 민주당은 불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에게서 FTA와 관련해 전화 통화나 직접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대통령이 의회와 대화나 타협을 하려는 태도 자체가 결여돼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을 위해 미치 매코넬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겐 직접 전화까지 하면서 정작 국회 설득은 형식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오찬에서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야당에 전화도 하고 소통 노력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국회의원 초청 오찬,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만찬을 하며 하루 종일 한·미 FTA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주로 미 의회에서 비준안이 ‘초당적으로 신속하게’ 처리된 과정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민주당 원내대표가 나한테 ‘난 미국 자동차 때문에 FTA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비준안을) 의회에서 처리하는 절차는 원내대표로서 당연히 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그 말이 인상에 남았다”고 했다. 또 “한·미 FTA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합의했다는 걸 그때 환경이나 정권 성격으로 봐서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며 “이해당사자인 농업을 전폭 지원하려고 한다.
야당도 얘기하고 있지만 야당에 앞서 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방미 때 GM 공장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야구팀 모자를 쓴 데 대해 “공항에 마중 나온 외국인이 기념으로 준 걸 바람이 불어서 썼는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모자여서 공장까지 쓰고 갔더니 매우 환영하더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 귀에 대고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느냐. 대단하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태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