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잡아라” 사활 건 몸집 불리기
입력 2011-10-18 18:11
[블루오션 찾아 나선 증권사들-(1) 대형사, 한국의 골드만삭스 꿈꾼다]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증권사들이 ‘블루오션’ 찾기에 한창이다. 대형사들은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를 필두로 한 대형 투자은행(IB)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자기자본 문제로 IB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중소형사들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고 있다. 한국을 넘어 해외 투자자까지 유치하려는 노력은 대·중소형사가 공통적이다.
찬바람이 불면서 IB 도약을 꿈꾸는 대형 증권사들의 걸음이 한층 바빠졌다. 연말 1호 한국형 헤지펀드의 첫 도입을 앞두고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 준비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헤지펀드의 설립부터 결제, 자금 모집, 주식매매 위탁 등과 관련해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를 말한다.
금융당국이 의지를 가지고 한국형 헤지펀드의 도입을 추진하는 만큼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업계의 새로운 ‘금맥’으로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시장이 열리면 프라임 브로커리지로 발생할 수익이 최소 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빅5’ 중 4곳 유상증자 실시=현대증권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우선주 7000만주를 발행하는 59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프라임 브로커리지 최소 자격으로 제시한 자기자본 3조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현재 2조5684억원에서 3조1634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로써 증권사 자기자본 기준 ‘빅5’ 가운데 4곳이 동시에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됐다. 지난달 가장 먼저 보통주 유상증자를 결정한 대우증권은 1조1242억원을 늘려 총 3조8172억원의 자본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이달 들어 각각 3조2991억원, 3조1864억원을 목표로 유상증자를 시작했다.
‘빅5’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한국투자증권도 유상증자 날짜만 발표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주사에서 먼저 자금을 조달한 뒤 유상증자를 실시해 3조원의 자격요건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금맥’ 선점싸움 치열=대형사들은 증권업계의 성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프라임 브로커리지를 염두에 두고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대우증권은 “2009년부터 프라임 브로커리지 전담 부서를 꾸리고 변화를 준비해 왔다”며 “운용전략을 관리하는 컨설팅과 외자 도입, 마진 파이낸싱 등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헤지펀드 관련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AI그룹을 중심으로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도 세웠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는 자문형 랩 시장의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헤지펀드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해외법인 운영 규모가 최대라는 장점을 활용해 홍콩을 중심으로 뉴욕과 런던, 상하이 등 기존 거점에서부터 프라임 브로커리지 영업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현대증권도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 추진 TF를 설립하고 해외 우량 헤지펀드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증권대차와 신용공여, 펀드재산의 보관관리 및 청산관리 업무 등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둔 상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