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포장된 미소

입력 2011-10-18 17:42


김지희 작가는 전통 재료로 작업하는 팝아티스트다. 얼굴의 절반을 커다란 선글라스로 가리고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교정 중인 치아를 드러낸 채 활짝 웃는 파마머리 인물들. 동그란 선글라스 렌즈와 웃는 얼굴 뒤로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명품 로고가 찍혀 있다. 밝은 척, 행복한 척 판박이 같은 함박웃음을 띤 인물들은 마음의 창을 닫고선 고독을 감추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작가는 “치아 교정을 하면서 초등학교 때 피에로가 무대 위에서 우는 모습을 그렸던 게 떠올라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하얀 치아를 꽉 조여 가지런하게 만드는 교정기는 억압을 상징하는 장치이며, 화면을 장식한 명품 로고는 브랜드와 자신의 정체성을 혼동하는 도시인의 어리석음을 꼬집는다. 좋은 작가 발굴을 위해 청작화랑이 제정한 청작미술상 수상기념전.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