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위원장석 점거… 고성… 국회 또 파행 ‘FTA 제자리’
입력 2011-10-18 22:36
국회가 18일 또 추태를 보였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석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반대하는 야당에 의해 한때 점거되면서 회의가 파행된 것이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이 논의되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석 점거 사태가 벌어진 지 110일 만이다.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외통위 전체회의에 앞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위원장석에 앉았다. 양 옆으로 민주당 정동영 유선호 의원이 자리를 지켰고, 주변에는 민노당 권영길 강기갑 의원 등이 배치됐다. ‘한·미 FTA 강행처리 반대’ ‘끝장토론 보장’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상태였다.
앞서 오전 이 대표 등이 외통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실을 점거하면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논의하려던 소위도 열리지 못했다. 이에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비준동의안을 곧바로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점거 상태가 지속되자 남 위원장은 “이게 민노당이 말하는 민주주의인가. 자리를 비켜 달라”라고 호통을 쳤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끝장토론을 약속하라”며 버텼다. 결국 남 위원장은 위원장석 앞에서 선 채 마이크를 들고 회의를 진행했다.
의사진행 발언에서도 여야는 고성을 주고받았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민노당이 18대 국회에서 한 게 뭐가 있나. 이게 국민을 위한 정치냐”고 쏘아붙였고, 이정희 대표는 “한나라당이야말로 뭘 했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지 않았느냐”고 맞받았다. 윤 의원이 “민주당은 한·미 FTA와 반미 FTA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길을 잃었다. 언제까지 민노당에 안방을 내주고 사랑방을 전전할지 딱하다”고 하자 정동영 의원은 “남의 당 얘기 함부로 하지 마라”고 반발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여야 공방을 지켜봤다.
회의는 17분 만에 정회됐고 한나라당 유기준,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간사협의에 들어갔다. 논의 끝에 여야는 20일부터 3일간 상임위 차원의 ‘한·미 FTA 끝장토론’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발언시간도 주제별로 찬반 양측에 1시간씩 보장키로 잠정 합의했다. 남 위원장은 “앞으로 위원장석 점거를 용납하지 않겠다. 또 이러면 단호히 막아내겠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앞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물리력으로 막으면 돌파하겠다”며 “대통령 사저 (문제를) 한칼에 했듯이 FTA도 한칼에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독소조항을 제거해 양국 간 이익 균형을 바로잡기 전에는 (비준동의안) 통과가 없다는 입장이 확고부동하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통상조약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체결할 수 없도록 하고, 국내업계 피해가 예상될 경우 재협상까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통상조약 절차 및 국내이행 법률’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유성열 유동근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