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자산관리 낙제점] PF·스포츠 TV채널에 마구잡이 투자… 혈세만 날렸다
입력 2011-10-18 18:41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한 방만한 자산운용 실태는 공공기관이 혈세가 투입된 자산을 얼마나 소홀히 다뤄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정관에도 없는 사업 목적에 거액을 쏟아 붓는 등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분야에 무분별하게 투자를 일삼다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초래했다.
◇비핵심 사업에 투자=18일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비핵심사업 투자의 대표적 사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꼽혔다. LH는 경기도 성남 판교 알파돔시티 등 9개 사업에 1698억원을 출자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진행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LH의 부동산PF는 비핵심 분야 진출로서 핵심 역량을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기준 LH가 PF회사로부터 받아야 하는 토지매각 대금은 4조6977억원이지만 3조원이 회수되지 않고 있다. 이 중 1조원은 사업 지연에 따라 회수하지 못하고 있고, 2조원은 회수 기간이 남아있는 금액이다.
예산정책처는 “PF사업 부진으로 토지매각대금이 예정대로 회수되지 않을 경우 LH의 현금 유동성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3년부터 시작한 지역난방사업은 지난해까지 320억원의 손실만 떠안은 채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정관에도 없는 열병합발전소 사업에 투자했지만 투자를 받은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 케이블TV 채널에 568억원을 투자했다가 266억원을 날렸다. 투자 자금을 정기예금에 넣어뒀어도 500억원 규모의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단은 1998년과 2009년 두 차례 정부로부터 경영 효율성을 높이라는 압박을 받은 끝에 지난해 관련 지분을 매각했다.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권유가 없었다면 아직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주된 사업과 관련성이 낮은 실패한 투자사례”라고 꼬집었다.
◇20조원 넘는 부실채권=기술보증기금(기보)과 신용보증기금(신보)은 28조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부실채권이 도마에 올랐다.
기보는 지난해 부실채권이 10조8209억원으로 총자산(3조933억)의 3.5배 수준에 이르렀고, 신보는 17조8605억원으로 총자산(7조6233억)의 2.3배 규모다. 보증기금의 부실채권은 대부분 무담보 신용채권이라 회수가 어렵다. 자산담보부 채권(P-CBO)을 제외한 기보의 부실채권 회수율은 지난해 2.4%에 그쳤고, 신보는 4.2% 수준에 머물렀다. 예산정책처는 회수가 쉽지 않은 채권을 중심으로 부실채권을 외부기관에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이 밖에 한국도로공사는 민자고속도로 사업자에 대한 지분투자와 민자고속도로 유지관리 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지적을 받았다.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도로관리에서 민간사업자의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한국관광공사는 북한 지역 관광사업에 투자한 332억원, 전남 해남에 추진 중인 오시아노 관광단지에 투자한 2214억원 중 1135억원이 회수되지 않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과다한 분양단지 사업 투자로 2014년까지 2172억원이 회수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예산정책처는 “공공기관의 최초 투자 의사 결정시 고유 목적과 일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관별로 이사회와 감사가 투자 집행을 의결·감시해야 함에도 낙하산 인사로 인한 전문성 부족 탓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