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희선] 스마트 라이프와 소셜 미디어
입력 2011-10-18 17:37
요즘 세상을 규정하는 키워드를 두 가지만 꼽으라면 ‘스마트 라이프’와 ‘소셜 미디어’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들고 언제 어디서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해 무한 미디어의 세계를 체험하며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은 확실히 살아가는 방식과 취향, 공감의 접점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한때 스마트폰에 중독돼 현실 세계에서는 마치 고립된 섬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스마트아일랜드족’이라고 불렀는데,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오늘날에는 적응이 더딘 내가 오히려 군중 속의 섬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지하철 안에서 남들처럼 스마트 기기랑 어울려 놀지 못하고 멀뚱히 컴컴한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때라든가, 핸드폰만 들고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보다 빠른 뉴스를 실어 나르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그런 격세지감을 느낀다.
또 하나, 더 생생한 예가 우리 집에도 있다. 퇴근하는 나보다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을 더 반기는 초등학생 딸아이다. 이제 엄마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된 딸애는 집에서도 친구들과 문자 주고받으며 메신저 놀이에 푹 빠져 사는데, 엄마의 스마트폰이 도착하면 제 핸드폰도 인터넷도 팽개친 채 이런저런 어플들을 꺼내 가지고 노느라 바쁘다. 한번은 핸드폰으로 플래시와 백열등, 경고등, 경찰등까지 각종 불빛을 쏘아대는 어플을 받아 구석진 곳의 집수리를 도와준 적도 있다.
요즘 딸애가 특히 좋아하는 건 K팝 댄스를 가르쳐주는 어플과 TV 속 유행어를 모아놓은 어플이다. 하루 종일 TV만 보고 사는 것도 아닌데 웬 유행어를 저리 잘 알까 싶었더니 그 답이 스마트폰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나 좋아하던 TV 가요 프로그램들을 ‘본방사수’하는 버릇이 없어진 것도 스마트폰 덕분인가 싶다.
스마트 세상에서는 이처럼 TV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소셜 미디어’다. 그 위력은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된 ‘나는 꼼수다’로 완전히 학습 가능해졌다. 지난주 이 방송에 출연했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사전에 “황금시간대에 출연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상에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했다. 콘텐츠 소비자와 공급자가 따로 없는 쌍방향 무한 미디어 공간에서 어떻게 하나의 의견이 유포되고 확산돼 언론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지 그 원리를 전혀 모르고 한 소리다.
스마트한 삶은 여전히 개인이 선택할 문제지만 그 환경은 이제 학습해서라도 이해해야 할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형식이 되어가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소통하는 화법, 보편적인 정보 공유의 방식을 이해하지 않고서 어찌 세상과 ‘통’할 수 있을까. 내가 통제할 수 없기에 나쁜 것,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워야 할 것이기에 새로운 것, 진보된 것이라고 믿고 받아들이는 긍정의 세상 읽기가 필요한 요즘이 아닌가 싶다.
박희선 생태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