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 전에도 무시해버린 6·25 전사자 예우

입력 2011-10-18 17:39

6·25 참전군인의 사망보상금이 5000원에 불과하다는 점은 2007년에도 논란거리였다. 한 참전군인 가족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사망보상금 청구소송을 벌이면서 표면화됐다. 당시에도 보훈처는 6·25 전쟁 전사자의 사망보상금은 군인연금법 대신 구(舊)군인사망급여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답답한 주장만 폈다. 전사자 사망보상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보훈처의 복지부동을 비판하는 여론이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흘렀음에도 보훈처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나라를 지키려 소중한 목숨을 바친 용사에게 달랑 5000원을 주는 국가가 제대로 된 국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쳇말로 ‘애들 장난도 아니고’, 오히려 전사자들을 욕보이는 짓 아닌가. 보훈처장이라는 사람은 이 사실조차 “잘 몰랐다”고 했다. 그 사이 보훈처는 ‘가짜 국가유공자’를 양산해 낸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보훈처의 존재이유가 의심스럽다. 보훈처와 책임 떠넘기기 하는 국방부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6·25 전사자들을 최대한 예우하고 보상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고,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국방부와 보훈처 관계자들을 불러 경직된 보훈행정의 문제점들을 짚고, 보훈 사각지대 해소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제에 6·25 참전군인 예우 문제를 총체적으로 재검토해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참전 유공자에게는 월 9만원, 무공훈장을 받았으면 월 15만원씩 지급하는 규정도 바꿔야 한다. 참전군인들의 월 평균 소득액이 37만원 수준이라는 통계는 창피하고 암울하다. 만 14∼17세의 나이에 참전했던 소년·소녀병 2만9000여 명에 대한 보훈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들의 존재는 분명한 사실임에도 아직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보답을 바라고 6·25에 참전한 군인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로부터 이런 정도의 대접을 받아선 곤란하다. 보훈 의무를 다하지 않은 대한민국은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