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퀴레스 교수 이메일 인터뷰 “시위대 갈수록 조직화 양상”

입력 2011-10-18 17:36


지난 15일 ‘국제행동의 날’을 기점으로 반(反)월가 시위는 이제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치·사회적 현상이 됐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사회학과의 그레고리 D 스퀴레스(사진) 교수는 17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분배 불평등에 따른 빈부 격차에서 이번 시위의 원인을 찾았다. 그는 뉴욕발(發)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된 배경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퀴레스 교수는 사회학자로서 도시 및 빈곤문제 전문가이며, 미 연방준비제도(Fed) 소비자보호자문위원 등 여러 연방정부 정책결정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반월가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즉흥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다. 점점 더 상위 1%는 부를 축적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빈부 격차가 누적돼 왔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이 망해가는 대형 금융회사로 들어갔고, 임원들은 많은 것을 챙겨갔다. 금융회사는 망해가도 CEO들은 거액의 보너스를 챙기고 직원들은 해고된다. 이런 분노가 쌓인 것이다. 시위대의 목표와 주장이 산만해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분노라는) 공감대가 시위를 촉발시킨 것이다. 올해 초부터 일어난 ‘아랍의 봄’도 이번 시위에 영향을 많이 줬다고 본다. 1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이같은 시위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SNS의 발달이 시위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위가 계속되리라 보나.

“시위대에 노조가 동참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시위를 조직화하고 이끌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대규모로 계속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중단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의미있게 계속되려면 몇가지 요인에 달렸다. 우선 주도 세력과 조직이 구축될지 여부다. 최근 몇몇 도시에서 시위를 주도한 ‘내셔널 피플스 액션(National People’s Action)’은 향후 진행 활동을 예고했다. 또 노조들이 각 지역에서 선택적으로 참여한다면 특정 지역에서 커질 수가 있다.”

-시위 효과가 있을까.

“이미 일정하게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부터 일부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개혁법안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법안 완화를 시도했던 움직임들이 있었으나 이번 시위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의원들이 적극 나서기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1%와 99% 사이의 간극을 조율할 능력을 갖고 있는가.

“정치권을 ‘영리하지도 않으면서 권력을 움켜지고 있는 모습이 세토막의 양복을 입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라고 묘사한 뉴욕타임스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미국민들은 지금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싸우기만 할 뿐 해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만 하고 있고, 민주당도 입장이 바뀌었으면 똑같이 했을 것이다. 정치 양극화 현상이 정치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다. 경제적 양극화가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이는 미국 정치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양보와 타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