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고 신종 놀이기구… 거제 덕포해수욕장 ‘아라나비’ 르포
입력 2011-10-17 13:34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겁에 질려 내지르던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지난 주말 가족과 경남 거제시 덕포해수욕장을 찾은 신모(48)씨는 바다 위 17m 높이에 설치된 ‘아라나비’ 놀이기구들이 공중에서 서로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를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사고는 지난 16일 오후 4시쯤 발생했다. 놀이기구를 타고 먼저 출발한 초등생 2명이 도착지점 10여m 앞에서 역풍에 밀리면서 멈췄다. 이 사이 뒤 이어 출발한 2명이 탄 놀이기구가 다가와 충돌했다. 앞서 출발한 학생들이 도착지점까지 가지 못하고 멈춰있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안전요원이 다음 놀이기구를 출발시켰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신씨의 아들 신모(12)군 등 4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귀가했다. 경찰은 운영업체 안전요원과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아라나비’는 바다 위를 나르는 신종 해상 놀이기구로 타워 2개 사이를 길이 400m 강철 로프 2개로 연결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게 한 짚라인(Zipline)의 일종이다. ‘아라나비’ 운영사인 덕포랜드 영어조합법인은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법인이다.
하지만 사고가 난 이곳 놀이기구는 지난 7월 1일 개장 이후 8월 13일과 15일에도 오후 무렵 부는 역풍 때문에 놀이기구끼리 충돌하며 모두 5명이 다친 바 있다. 감독기관인 거제시는 운영중단을 명령했다. 영어조합법인은 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시설 보완 및 안전시설 설치, 안전요원 교육 강화 뒤 8월말 다시 운영을 재개했다.
이 짚라인은 거제도 이외에도 주문진 등 이미 전국 곳곳에 설치돼 여름휴가철 인기 놀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사고가 계속되자 조합법인은 물론 감독기관인 거제시의 책임을 묻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이 시설이 신종 해상 놀이시설로 마땅한 관계법령이 없어 규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이모(38)씨는 “해상 놀이시설이라서 상당히 위험해 보였는데도 안전요원 수가 적어 불안했다”면서 “아이들이 졸라서 태우긴 했지만 체험 내내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거제=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