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 전기차 쓰는 고객들 “주유소엔 한달 한번”

입력 2011-10-17 21:19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디트로이트시 외곽에 위치한 제너럴모터스(GM)의 밀포드 자동차 주행시험장(MPG). GM이 쉐보레 브랜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주요국 기자들을 초청해 쉐보레 10개 차종 시승회를 열었다.

이날 제공된 차량 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반(半) 전기자동차 볼트(Volt)였다. 1.6ℓ 준중형차와 비슷한 크기다. 전기로 움직이는 만큼 엔진 소음이 전혀 없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초 남짓으로 동급 차량들과 유사했다. 볼트의 가장 큰 장점은 연비다. 최초 80㎞는 전기로만 달리고 그 이후부터는 엔진을 돌려 발전기에서 전기를 일으켜 달리게 된다. 충전 시간은 가정용 전기로 4시간 정도 걸리고 기름은 35ℓ가 들어간다. 볼트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는 LG화학이 전량 공급한다. GM 관계자는 “볼트는 주로 전기로만 운행되기 때문에 전기료만 내면 되고 고객들이 주유소에는 한 달에 한 번만 간다. 재주유시까지 운행거리는 평균 800마일(1287㎞)에 이른다”고 말했다.

볼트는 GM이 내놓은 차세대 자동차의 하나다. 현재 GM은 수소연료전지차, 순수 전기차, 볼트 같은 반(半) 전기차 등을 동시 개발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놓겠다는 것이다.

GM 글로벌 차량 개발을 담당하는 존 칼라브레세 부사장은 “각국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향후 15년간은 한 가지 대안으로 종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전기차, 캐나다는 천연가스차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식이다. 그는 “향후 어떤 메가트랜드가 만들어지는지가 어떤 동력원을 활용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GM을 비롯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볼트 사례를 보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좋다. 지난해 9월 판매되기 시작한 볼트는 현재 27개주에서 팔리고 있고 올 연말까지 미 전역으로 판매망을 넓힐 계획이다. 지난주부터는 유럽 진출이 가시화돼 조만간 영국에서 시판된다. 볼트를 생산하는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 관계자는 “늘어나는 주문량을 맞추지 못해 일부 대리점에는 전시용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볼트 3대를 국내로 들여와 자체 연구소에서 시험운행 중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충전 문제 등으로 아직 전기차를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이진 못하고 있다.GM의 소형·전기차 개발 총괄 임원인 짐 페델리코는 “소비자가 (전기차 등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