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며낸 얘기라더니… 신재민·이국철, 결국 사법처리 망신

입력 2011-10-17 21:26


‘이국철 폭로 스캔들’은 검찰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핵심 당사자 2인에 대한 동반 구속영장 청구로 일단락됐다. 검찰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신재민 전 문화관광체육부 차관에게 10년간 10억원 이상을 건넸다”고 폭로한 바로 다음 달 이 회장을 소환하는 등 속도전에 나서 전격 사법처리로 마무리했다.

신 전 차관은 의혹이 불거진 초반만 해도 “꾸며낸 얘기”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지난 9일 검찰에 첫 소환될 때만 해도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이 잘 취재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회장이 건넸다는 SLS그룹 법인카드 가맹점들로부터 확보한 전표 대조작업을 통해 신 전 차관이 차관 재직 시절 1억여원을 쓴 사실을 확인했다. 신 전 차관이나 이 회장이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한 게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검찰은 금품의 대가로 청탁이 있었는지 입증하기 어려워 알선수재죄 대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과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신 전 차관이 실세로 통하며 여러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만큼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17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이 회장에게만 영장을 청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가법상 뇌물(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은 알선수재(5년 이하)보다 형량이 높고, 알선수재의 경우 금품 제공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검찰은 이 회장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에게 상품권 5000만원어치를 건넸다는 주장도 허위로 결론 내렸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SLS그룹 일본 현지법인으로부터 500만원 정도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추가 물증이 제시되지 않는 한 범죄 혐의가 되기 어렵다. 검사장급 4명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폭로 역시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정권 차원에서 망하게 한 자신의 회사를 되찾고 싶다며 폭로를 했지만 추가 비리만 드러낸 채 구속될 위기에 놓였다. 검찰은 뇌물공여와 명예훼손뿐 아니라 자산 상태를 속여 12억 달러의 선수환급금(RG)을 받은 혐의(사기),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 900억원을 조성한 혐의(횡령)도 추가했다. 이 회장은 영장이 청구되자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비리를 정리한 비망록을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이 회장은 긴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급하게 영장을 쳤다. 5권 분량의 비망록을 두 달에 한 권씩 오픈하겠다”고 주장했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