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월가 시위 바람타고 ‘금융 집단소송’ 줄잇는다

입력 2011-10-17 21:20

반(反)월가 정서가 국내에서도 확산되는 가운데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기업들을 상대로 한 공동·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기업들은 반금융 정서가 줄소송으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개인보험 예정·공시이율을 담합해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공동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금소연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생보사들이 이율을 담합해 소비자들이 받은 피해액이 매년 2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지방변호사회도 같은 건에 대한 공익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오는 30일까지 소송 참가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금소연은 다음 달 하나·신한은행을 상대로 한 펀드 투자금 이자반환 소송도 전개키로 했다. 이들 은행은 고객의 돈을 펀드에 투자하기 전 자사의 보통예금에 묶어놓고 해당 금액만큼의 은행 자산을 그보다 이자가 높은 신탁 계정에 넣은 후 차익을 챙겨오다 금감원에 적발됐다.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삼성카드의 대표와 해당 직원에 대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금소연은 경찰 수사가 끝나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을 모아 손해배상 공동소송을 벌이기로 했다. 금소연은 지난 9월 부동산 담보대출 때 고객들에게 근저당설정비를 부과한 31개 금융사의 담보대출 3055건에 대한 53억원의 부당이득반환 공동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한국판 반월가 시위 주최 단체인 금융소비자협회는 고객 명의를 도용해 불법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제일저축은행에 대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연말에는 증권사 스캘퍼 사건, 저축은행 후순위채 불법판매 사건, 삼성증권 불완전판매 사건에 대한 금융 소비자 단체들의 소송도 예고돼 있다.

소액주주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대주주의 주가조작과 횡령으로 상장폐지된 씨모텍 소액주주 186명이 동부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중국 섬유업체 ‘중국고섬’ 소액주주 553명이 서울남부지법에 한국거래소와 기업공개 주간사 회사인 대우증권, 한화증권, 한영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19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금융기업들을 상대로 한 줄소송으로 금융가는 초긴장 상태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민단체나 고객들이 제기한 소송은 법원 판결에 따라 해결하면 되지만 문제는 잇단 소송이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며 “반금융 정서가 소송 확대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