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울리는 과세행정… 뒤늦게 법 개정 추진

입력 2011-10-17 21:58

국내 최대 화훼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고양시 일대 화훼농장 주인들이 종묘를 수입하면서 환급받은 부가세를 한꺼번에 추징당할 처지에 놓여 몹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동시에 세무 당국의 무책임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72개 화훼농가에 ‘세금폭탄’=고양세무서는 농장주 1명에게 8억여원을 추징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172개 화훼농가에 대해 부가세 환급금 수십억원을 모두 추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양세무서는 지난 7월 신도농협 소속 7개 농장 주인에게 과세예고 통지했다. 그러나 비슷한 여건에 놓여 있는 다른 2개 화훼농협 소속 농장주 165명에 대해서는 수개월째 추징 조치를 미루고 있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농장주들은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면서 세관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로 부가세를 신고하고 납부한 부가세를 환급받는 걸 관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 제도가 관련 규정에 따라 간편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특수한 형태의 과세 유형으로 정착돼 있다고 여태껏 판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화훼농가들은 고양세무서가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내세워 부당하게 소급과세를 강행하고 있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양세무서가 고양시 화훼농가의 부가세 환급액을 추징키로 한 것은 지난 1월의 국세청 해석에 바탕을 둔 것이다. 당시 모 세무서에서 ‘수입한 묘목이 농업용 기자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본청에 질의했다. 이때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의 예규를 인용해 “요즘 농민들이 묘목 등을 종묘 형태로 직접 수입하는데 수입 세관장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일반 과세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부가세 환급을 해줄 수 없다”고 회신했다. 조세특례제한법 ‘105조의 2’ 1항은 환급 대상에 ‘농어민이 농어업에 사용하기 위하여 구입하는 기자재(부가가치세법 제3조 4항에 따른 일반 과세자로부터 구입하는 기자재만 해당한다)’로 돼 있다. 이 예규를 근거로 고양세무서는 환급받은 화훼농가에 과세예고를 통지한 것이다.

◇당국은 뒤늦게 법 개정 분주=문제는 당국이 화훼농가에 대한 부가세 환급이 시작된 2007년 4월 이후 이 같은 법 조항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채 계속 환급해주다 이제 와서 4년치를 소급 추징키로 한 점이다. 잘못은 당국이 저질러놓고 납세자에게 부담만 지운 꼴이다.

재정부와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시각차까지 노출했다. 재정부 측은 “법상으로 명확한 것인데 농민이 신청을 잘못했든지 국세청이 집행을 제대로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고양 화훼농가 사태를 보고 (국세청이 일 처리를 제대로 못해) 상당히 문제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담당 고양세무서 측은 “재정부가 세법의 문구 자체를 명확히 하지 않아 발생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세무서 관계자는 “사업자라는 게 간이와 일반밖에 없는데 세관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면서 “법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농협조차 잘 모른 채 농민들의 환급을 대행해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이 우려돼 정부는 9월 정기국회 당시 조세특례제한법 ‘105조의 2’ 1항에 ‘직접 수입하는 기자재’도 포함하는 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고양 화훼농가들이 계속 환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고양=김칠호 기자,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