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 꿈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입력 2011-10-17 18:10

“그가 행진한 지 50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 우리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963년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남긴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민에게, 흑인들에게 또다시 꿈을 얘기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16일(현지시간) 내셔널몰에서 열린 킹 목사 기념관 헌정식에서 연설을 통해 그의 개혁 의지를 되새기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두 살 때 벌어진 킹 목사 주도의 워싱턴 대행진을 거론하면서, 킹 목사를 “우리의 양심을 뒤흔들었고 연방 미국을 보다 완벽해질 수 있도록 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킹 목사가 살았던 시대에 있었던 “빈곤, 경제적 불평등, 저항, 냉소주의 등은 지금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킹 목사의 신념과 정신이 아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킹 목사가 하고자했던 일들이 아직도 완수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反)월가 시위도 언급했다. 그는 “킹 목사가 있었다면 월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악마처럼 보지 않으면서 월가의 탐욕과 남용에 저항하는 것을 올바른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관 헌정식은 지난 8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48주년에 맞춰 개관식과 더불어 거행될 예정이었지만, 허리케인 아이린 때문에 연기된 것이다. 헌정식에는 대통령 및 조 바이든 부통령 가족과 킹 목사의 아들·딸 등이 참석했다. 헌정식 참석자 수천명은 대부분이 흑인이었다.

많은 참석자들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또는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나는 변화를 믿습니다(I believe in change)’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킹 목사 조형물은 내셔널몰 최초의 흑인 조형물이다. 9m 높이로 에이브러햄 링컨 기념관과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앤드루 영 전 유엔대사는 “킹 목사는 그의 작은 키(170cm)에 민감했었다”며 “이제 그는 9m의 키로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자 “4년 더(four more years)”를 계속 외치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흑인들은 지난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킹 목사 꿈의 한 부분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간주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킹 목사와 흑인들이 1963년 워싱턴 대행진 때 불렀으며, 1960∼70년대 저항의 상징이었던 노래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를 소리 높여 불렀다.

헌정식이 끝난 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킹 목사의 아들인 마틴 루서 킹 3세를 비롯해 흑인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기념 리셉션을 가졌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