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분 많고 규모 작을수록 내부거래 많아… 공정위, 43개 대기업 집단 1083개 계열사 분석

입력 2011-10-17 22:05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회사일수록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 몰아주기가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하거나 총수 일가 재산을 증식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현대 오토에버, 글로비스, 삼성에버랜드와 같은 사업서비스업종 계열사를 이용한 부당 내부거래 소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총수 일가 지분 많을수록 내부거래 많아=1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총수 일가 지분은 내부거래 비중과 비례했다. 조사 대상 43개 대기업 집단 1083개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미만인 831곳은 내부거래 비중이 12.06%에 그쳤다. 반면 30% 이상인 144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17.90%로 껑충 뛰었다. 총수 일가 지분이 50% 이상인 83곳은 내부거래 비중이 34.65%나 됐다.

회사 규모도 내부거래 비중에 영향을 미쳤다. 매출액이 1조원 미만인 회사(922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29.06%로 1조원 이상 회사(161곳)의 10.05%와 큰 차이를 보였다. 매출액이 1000억원 미만 회사로 한정하면 내부거래 비중은 42.36%까지 상승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고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을 보면 재산증식, 증여 등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총수일가가 내부거래가 쉬운 소규모 비상장사를 만들고, 계열사들이 이 회사에 물량을 몰아줘 키웠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회사들은 주로 SI업종이나 부동산업(건물관리 등), 유통업, 광고 대행 등을 맡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의 SI 부문 계열사인 오토에버(총수일가 지분 30.1%, 내부거래 85.48%)와 SK그룹의 SK C&C(지분 55%, 내부거래 63.89%)다. 광고업종에서도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 지분 100%인 이노션 등의 내부거래비중은 50%에 육박했다. 정중원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그동안 지적됐던 것처럼 SI, 부동산, 광고 등 특정 업종에서 문제 소지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힘 싣기=공정위는 현재 일부 대기업집단의 SI분야 부당 내부거래, 광고·건설 분야 등에서의 계열사 간 수의계약 실태 등을 조사 중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부당 내부거래로 처벌하려면 계열사간 거래 시 상품·용역의 가격을 ‘현저하게 낮거나 높게 책정했다’거나 ‘시장 경쟁성을 현저히 저해했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내부거래를 했다는 것만으로 부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완성차와 부품회사로 이어지는 현대차·현대모비스, 해운과 원유 등으로 이어지는 SK해운·이노베이션·네트웍스 등처럼 특정 계열사에 대해서만 매출이 발생하고 기업의 핵심 공정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은 경우까지 문제 삼기는 쉽지 않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 스스로도 전반적인 내부거래 관행 개선에는 처벌보다는 과세가 더 효과적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이 마련된 후 처음으로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것도 무관치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 거래가 정상적인 영업인 경우도 많고 현행법상 부당성을 증명할 기준도 분명치 않다”면서 “과세를 통해 내부거래 비용을 높임으로써 이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