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백민정] 외교부, 일본 ‘도서반환 쇼’에 혹해서야
입력 2011-10-17 21:40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조선왕실의궤 일부를 반환하겠다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를 받을지 여부는 결정된 게 없다.”
일본 정부가 지난 12일 우리 정부 측에 노다 총리가 18∼19일 방한 때 조선왕실의궤 일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오자 외교통상부가 보인 입장이다.
하지만 방한 하루 전인 17일, 노다 총리의 조선왕실의궤 반환은 기정사실이 돼 있었다. 언론에는 그가 가져올 의궤의 종류와 형식이 자세히 보도됐다. 정부 당국자의 말도 달라졌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총리가 조선왕실의궤를 직접 가져올 경우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저쪽 정상이 전달하는 게 모양새도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왕실의궤 반환은 한·일 도서협정에 따라 오는 12월 10일까지 일본이 우리에게 돌려주기로 이미 약속한 것으로, 노다 총리가 미리 가져오는 건 그야말로 생색내기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 외교부는 “일본이 준비한 일종의 ‘선물’인데, 성의를 거절할 수 없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의 실익을 생각해보면 외교부의 설명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외교가에서는 노다 총리의 방한이 중국 견제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군 위안부 문제가 ‘봉합’됐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협의를 제안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일본은 묵묵부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정상회담은 일본이 먼저 요청해 우리는 다급할 게 없다”면서 “한국과 각을 세워 득 될 것이 없는 일본의 처지를 활용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서면 답변이라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정치부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