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기형 1차 수술받고 건강 회복 중… 시열이 母子 보금자리 생겼다

입력 2011-10-17 21:17


시열이에게도 살 집이 생겼다.

17일 미혼모 장은희(26)씨는 생후 7개월 된 아들 시열이와 머물 집을 선물 받았다. 대학생자원봉사단 V원정대가 대학생들의 임시 숙소로 활용하던 원룸을 두 모자에게 내준 것이다(본보 9월 15일자 21면 참조).

이날 오전 11시 서울 창천동의 모 빌라 원룸, 이곳에 살던 광운대 3학년생 김진아(22) 정지혜(24)씨를 비롯해 V원정대 대학생 10여명이 시열이 가족을 위해 입주 축하파티를 열었다. 형형색색 가발에 고깔모자를 쓴 학생들은 집으로 들어서는 모자를 향해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가수 션(본명 노승환·39)씨도 함께 서 있었다. 놀란 장씨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션이 꽃다발을 건네자 그제서야 말문을 열었다. “시열아 TV에 나오는 삼촌이야.” 모두가 웃었다.

집을 둘러봤다. 49.5㎡(약 15평) 규모에 소파와 가구, 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었다. 월세와 관리비는 V원정대에서 대신 내주기로 했다. 장씨는 미안해했다. “저희 때문에 여학생 두 분이 나가게 됐는데 어떡하면 좋아요.”

이곳은 당초 V원정대 대표 김상민(37)씨가 살던 집. 김씨가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집을 내줬고, 그 학생들이 다시 장씨에게 집을 양보한 것이다. 김씨와 학생들은 “시열이가 건강해지기만 하면 돼요”라면서 밝게 웃었다.

모든 게 꿈같다. 중증 기형의 시열이를 낳고 갈 곳이 없어 한때 아이와 함께 죽을 생각까지 했던 장씨. 그녀의 사연이 미혼모들을 통해 알려지고, 국민일보를 통해 보도되면서 삶은 달라졌다.

시열이는 지난달 말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에서 횡경막 탈장과 구순구개열 1차 입술연장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다. 기형으로 잘 먹지도, 잘 숨쉬지도 못했던 아이는 이제 편안해한다. 여전히 작지만 볼살은 제법 통통하게 올랐다.

고마운 생각뿐이다. 집을 내준 학생들뿐 아니라 휴가 때 병문안을 다녀간 육군 병장, 시열이의 ‘이모’가 되어 준 또 다른 미혼모…. 모두에게 고맙다.

한편, 션도 시열이의 후원자로 이름을 올렸다. 귀가 들리지 않는 시열이의 인공 와우 수술을 지원해주고, 3년간 매달 10만원씩을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꿈같은 일이죠. 제가 도움 받은 것처럼 저처럼 힘든 사람들 도우며 살아가고 싶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가수 션이 시열이를 품에 안았다. 넷째 딸 하엘(3개월)보다 작다고 했다.

“눈도 예쁘고, 귀도 참 잘생겼구나. 시열아 사랑해. 축복해.” 시열이가 웃었다.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