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문화재 반환,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11-10-17 17:43
일제 강점기에 빼앗겼던 우리 도서가 돌아온다. 오늘 한국을 방문하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고종의 황제즉위 과정을 기록한 ‘대례의궤(大禮儀軌)’를 비롯해 순종이 왕세자 시절 순명왕후 민씨와 올린 결혼식을 기록한 ‘왕세자가례도감의궤(王世子嘉禮都監儀軌)’ 상·하 2권,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 100권 중 2권 등 3종5책을 직접 들고 와 청와대 방문 때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도서 반환은 지난 6월 10일 발효된 ‘한·일 도서협정’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일본 총리가 사죄의 의미로 직접 돌려준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해당 도서는 일제가 국권을 빼앗았던 대한제국 시기의 황실 의례를 담은 책들인 데다, 그중 ‘대례의궤’에는 대한제국 국새인 ‘황제지보(皇帝之寶)’가 그려져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하겠다. 나머지 1200권도 예정된 12월 10일까지 차질 없이 반환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일본의 도서 반환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불법 반출된 것은 도서뿐 아니라 그림, 도자기, 공예, 민속품 등 다양한 품목이 있다. 여기에다 고고유물을 포함하면 광범위한 목록이 나온다. 반출 방식에 있어서 겉으로는 매매 등의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그 과정에 공권력이 동원됐거나 약탈의 징후가 명백한 것들은 모두 반환 대상이다. 따라서 이번 궁내청 도서 반환이 나머지 문화재 반환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 특정 나라의 문화재가 약탈 상태에 있는 한 역사의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인수하는 우리 쪽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돌려받는 책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보다 관광상품적 가치를 계산해 특정 지역에 유치하겠다며 실력행사를 해서는 곤란하다. 약탈의 상처를 지닌 채 오랫동안 이국땅을 헤맨 문화재를 보면서 역사의 교훈을 새길 수 있는 곳에 둥지를 트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장소의 연고권을 가진 곳에는 수준급의 복제본을 만들어 열람케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