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안이한 판단·기강해이 바로 잡아야

입력 2011-10-17 17:56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내곡동 사저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퇴임 후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늦었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한 올바른 판단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동안 벌어졌던 논란들을 되돌아보면 짚고 넘어갈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부지를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남권의 노른자위 땅으로 잡은 것부터 문제였다. 세간에서는 건설사 최고경영자 출신 대통령다운 안목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규모도 현 여당이 야당 시절 호되게 비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웃돌아 야당으로부터 ‘울트라 아방궁’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형편이었다.

부지 매입 과정에서 아들 시형씨 명의를 빌리고, 대통령의 자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도록 한 것도 논란을 가중시켰다. 청와대는 보안 문제 때문에 아들 명의로 매입했다가 다시 사들일 계획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복잡한 매입 방식을 기밀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단순논리로 덮기는 어려웠다. 더구나 사저 부지와 경호 부지 매입단가가 다른 점이나 원래 있던 한정식집 건물의 공시지가를 0원이라고 밝힌 문제, 인근에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땅이 있는 사실 등이 속속 불거지면서 사저 건립은 계속 추진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여러 문제점들은 김인종 경호처장,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공식 라인을 제치고 추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견 수렴에 문제가 있다보니 일반인의 눈에도 상식 밖으로 비치고 정치적으로 시빗거리가 될 게 뻔한 일이 청와대에서 버젓이 추진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청와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를 꼼꼼히 따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며, 철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논현동 자택을 사저로 쓰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든다니 국민의 기대를 반영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고에 귀속시키기로 한 내곡동 부지 문제도 뒤탈이 없도록 투명하고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다시는 이런 문제로 국민들의 분노를 자초하고 레임덕을 재촉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