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수경] 윤이상 가족이 ‘통영의 딸’ 구하라
입력 2011-10-17 17:56
내 부모님이 태어난 경남 산청 출신 유명 음악가인 윤이상의 음악세계는 오래전부터 큰 관심사였다. 서울에서 통영까지 윤이상국제음악제도 찾아갔고 기념관도 유심히 둘러보았다. ‘통영의 딸’신숙자씨 모녀의 구출문제가 우리사회의 주요 이슈 중의 하나라서 다시 한번 그의 행적을 생각해 본다.
그동안 까마득히 잊어왔던 신숙자씨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은 불과 몇 달 전 통영의 한 교회에서 자기 고장 출신으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생사를 알지 못하는 가련한 신씨 모녀 구출서명운동을 펼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북한인권 촉구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다.
매일 저녁마다 광화문 청계천가에는 이들을 위한 촛불서명운동이 뜻있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조용히 펼쳐지고 있다. 조만간 10만명 서명이 돌파될 듯하다. 이 운동은 단순히 한 모녀를 구출해야 한다는 요구를 넘어서 미국 일본 영국 등 전 세계적으로 서명운동이 전개되면서 억압받는 북한의 인권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버드 나 예일대 같은 유수한 대학에서도 한국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억압받고 있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사진전까지 열리고 있다고 한다.
미 의회에서조차 통과된 지 오래이지만 진작 북한인권법 하나 제대로 결의하지 못하는 우리 국회도 모처럼 여야가 하나가 되어 ‘통영의 딸’ 송환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친일문제에 대해서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한 잣대로 예술가들을 평가해왔다. 반면 국가의 체제를 부정하고 폄하한 좌파 내지 진보 예술가에 대해서는 영웅시하는 기념사업이 진행된다. 엄청난 정부예산이 지원되는 통영의 윤이상음악당 건립과 6·25 때 북한군을 따라 서울까지 참전하여 ‘미제를 무찌르자’는 인민군 군가를 작곡한 음악가를 추모하는 국제음악제가 그 예다.
‘통영의 딸’ 문제만 해도 윤이상씨가 직접적으로 관여됐다고 한다. 북한에 억류된 신씨의 편지를 수차례 오길남씨에게 전해준 이가 바로 윤이상씨 부부이다. 심지어 윤씨는 신씨의 남편인 오씨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데도 윤씨 부인인 이수자씨는 물론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진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평화를 송두리째 빼앗긴 한 가정의 비극에 관련이 있다면 해당 평화재단이 침묵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윤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있을 때에는 통영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구사범 동창에게까지 찾아가 남편의 구명운동을 호소한 이씨가 아니던가. 자신의 남편을 고문한 우리 정부가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씨가 사랑하는 남편의 동향인인 신씨 모녀의 송환을 위해 김정일에게 통 큰 조치를 호소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까.
최수경 중근동연구소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