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개월 때 입양돼 덴마크 경찰관 된 조애자 경위 “한국땅 밟는 순간 반긴다는 느낌 들어”

입력 2011-10-17 19:20


덴마크 올보르 경찰서 소속 비키 밀테르 노스코 욘슨(36·여) 경위가 17일 오후 2시30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서울 불광동 불광지구대에 들어섰다. 검은색 덴마크 경찰 정복과 각 잡힌 정모를 착용하고 머리는 노란색으로 부분 염색했지만 까만 눈동자의 조 경위는 누가 봐도 한국인이었다. 그의 한국명은 조애자다.

조 경위는 “16일까지 한국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며 영어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생후 3개월 되던 때 덴마크 가정에 입양됐다. 6자매 중 첫째와 둘째는 한국에 남았지만 막내였던 그녀는 덴마크로, 위로 세 언니는 스위스로 입양됐다.

조 경위는 경찰의 날(10월 21일)을 맞아 경찰청이 초청한 8개국 해외 한인 경찰관 11명에 포함돼 처음 한국을 찾았다. 조 경위는 “워낙 어릴 때 입양돼 한국말을 할 줄 모르고 덴마크에서 자라며 한번도 한국인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핏줄을 속일 수 없는 듯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이 나를 반긴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한 달 전 스위스에 있는 세 언니 중 두 명을 만나 친부모 소식을 들었다. 언니들이 한국에서 조 경위를 입양시킨 고아원을 수소문해 조 경위가 있는 덴마크로 편지를 보냈다고 했다. 조 경위는 스위스로 달려갔다. 태어나 처음 만난 혈육이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친부모를 만나지 않을 계획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행사 일정에 방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 조 경위의 눈은 가볍게 떨렸다. 그는 친부모를 만난다면 제일 먼저 자신을 입양시킨 이유를 묻고 싶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정의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던 조 경위는 “간호사도 해보고, 군복무도 해봤지만 경찰의 꿈을 버릴 수 없었다”고 했다. 8년 전 경찰에 임용된 조 경위는 2007년 경찰관인 덴마크인 남편과 결혼해 3살짜리 아들과 10개월 된 딸을 두고 있다.

조 경위를 비롯한 해외 한인 경찰관 11명은 경찰청에서 ‘대한민국 명예경찰관’으로 위촉돼 1주일간 현장 업무를 체험하고 비무장지대(DMZ) 등을 방문한다. 조 경위는 “한국의 경찰은 매우 잘 정비된 조직”이라고 평했다. 모국 방문의 기회를 준 것에 고마움도 표했다. 그는 일선 지구대 체험 과정에서 북한산 둘레길 도보순찰을 자청했다. 모국의 흙을 직접 밟아보고 싶은 듯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