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공동체 희망을 쏜다-(1부) 마을 기업, 희망의 공동체] ④전북 익산시 ‘천년초마을 영농조합’

입력 2011-10-17 18:12


‘천년초 바람’ 전국에… 체험 온 사람들 효능에 감탄

금강을 사이에 두고 충남 부여군과 맞닿아 있는 전북 익산시 성당면 갈산리는 ‘천년초마을’로 이름난 곳이다. 지난 14일 오후 찾은 마을 입구에는 바위 안내판이 듬직하게 서 있고 20여 가구 주민들은 집집마다 마당 한쪽에 천년초를 기르고 있다. 집에서 식용으로 쓰고 관상용으로도 쓰기 위해서다.

이 마을에 천년초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농사를 짓던 김영화(76·여)씨가 천년초 재배에 성공한 모습이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 꽤 많은 사람이 재배에 뛰어들었다.

이후 김씨를 대표로 해서 주민 11명이 지난해 5월 ‘천년초마을 영농조합법인’을 세웠다. 이 가운데 김인수(56) 정태현(47)씨 등은 모두 서울 등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아예 귀향·귀농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본금 1억원을 모아 저온고, 급냉고, 분쇄기, 트럭 등을 마련했다. 법인 사무실 앞에는 100㎡ 규모의 체험장도 만들었다. ‘성당 천년초 명품화를 통한 지역소득 브랜드 사업’이란 이름으로 전북도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조합의 전체 재배면적은 5만6300여㎡이다. 회원들은 여기에서 한 해 180t의 천년초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줄기와 열매를 비롯, 가공을 통해 ‘자연의 품안애’란 이름의 음료와 분말, 쌀 과자 등을 판매하고 있다. 첫해의 매출은 1억2000만원 정도. 올해엔 2억원쯤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합 출범 이후 쌀이나 콩을 주로 생산하던 농촌마을에 활력이 생겼다. 주부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효과도 늘어났다. 또 도시민과의 교류를 통해 친환경 농업을 알리는 기회가 되고 있다. 4500㎡에서 천년초를 재배하고 있는 정태현씨는 “농지를 바꾸고, 가공제품을 개발하고, 판로를 개척하면서 공동체 의식이 생겼다”며 “함께해 보자는 다짐이 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이곳은 올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대한민국 100대 스타팜(Star Farm)’에 선정됐다. 이후 꽃피는 6월과 열매 맺는 9∼10월에는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도 익산시 주부클럽 연합회원 40여명이 찾아와 농장을 둘러보고 장갑을 낀 채 직접 수확도 했다. 참가자들은 “천년초에 이렇게 다양한 기능과 용도가 있는 줄 미처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돌아갈 차에 오를 때면 선물로 받거나 구입한 천년초 제품들을 손에 한 보따리씩 들고 있기 마련이라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조합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가공제품 개발에 땀 흘리고 있다. 최근엔 천년초 생줄기를 수평으로 얇게 잘라낸 천연파스 대용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수백 수천 번을 썰면서 적합한 두께를 찾고 있다. 조합원들은 낱개로 진공 포장해서 판매할 이 제품이 화상과 통증 치료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제품은 체험단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조합 측은 밝혔다. 또 이들은 천년초의 보습과 노화억제 효과를 이용한 미용팩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수년간의 연구 끝에 신품종 개발 성공을 앞두고 있어 조합원들의 가슴을 부풀게 하고 있다. 김정국(46) 조합이사는 “지금은 보안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품종이 성공하면 천년초 시장에 큰 바람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시중에 한방이나 기능성 건강식품이 워낙 많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홍보 또한 초보 단계여서 지속적인 판매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이 많다. 조합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와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이용한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모든 제품에 마을기업임을 표기하고 직거래 전자상거래를 추진 중이다. 오는 20일부터는 전주국제발효엑스포에도 참가해 해외 수출도 모색할 계획이다.

또 마을에서 생산되는 다른 농산물을 천년초와 연동해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예정이다. 이들은 원광대와 전북대 등과 산학 연구에 힘을 쏟는 등 해마다 연구비로 3000만원씩 쓰고 있다. 조합 측은 “내년 초엔 익산시내를 시작으로 전국에 대리점 개설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천년초

천년초는 선인장과 식물로 줄기가 손바닥처럼 평평한 것이 가장 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 자생하는 것을 백년초선인장, 내륙에서 재배되는 것을 천년초선인장이라고 부른다. 여러해살이풀로 영하 20도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 생체와 줄기, 열매를 모두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줄기 부분에 함유된 칼슘이 멸치의 7배, 열매 부분의 비타민C는 사과보다 10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