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거래 매출 12%… 5대그룹이 70% 넘어
입력 2011-10-17 18:20
국내 43개 대기업집단(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이 1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STX 현대자동차 OCI 그룹은 내부거래 비중이 20%를 넘었다.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5대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 합계는 103조원이나 된다. 특히 시스템통합관리(SI), 광고, 건물관리, 도매 및 상품중개업 등에서 소위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3개 그룹 1083개 계열사에서 이뤄진 상품·용역 거래를 처음으로 분석해 17일 공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내부거래 매출액은 144조7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1201조5000억원)에서 12.04%를 차지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은 STX로 23.49%나 됐다. 이어 현대차 21.05%, OCI 20.94% 등이었다. 반면 현대(1.72%) 미래에셋(1.92%) 한진(3.56%) 등은 내부거래 비중이 낮았다.
내부거래 금액으로 보면 삼성이 35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25조1000억원) SK(17조4000억원) LG(15조2000억원) 포스코(10조5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5개 그룹의 총 내부거래액은 103조5000억원으로 43개 그룹 내부거래액의 71.53%에 이르렀다.
특히 수출액을 제외할 경우 총수가 있는 그룹 가운데 상위 10개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27.86%에 달했다. 수출액을 포함했을 때 비중(13.23%)보다 배 이상 높았다.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많이 발생하는 삼성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수출액을 포함했을 때 13.68%였지만 수출액을 뺀 국내 매출액 대비로 따지면 35.63%로 껑충 뛴다. 현대차(21.05%→44.17%)나 LG(14.25%→40.38%)도 마찬가지 추세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가 상당하지만 처벌이나 시정조치는 쉽지 않다. 당장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한 부당 내부거래(계열사와 외부 회사를 차별해 경쟁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로 처벌하지 못한다. 결국 올해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일감 몰아주기 세금’ 외에는 제재 수단이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산 증식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 개연성은 있다”며 “SI, 부동산(건물관리), 도매, 광고 등 특정 업종에서 문제 소지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이지수 연구위원은 “내부거래가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이라며 “사후 규제인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외에 사전 규제로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넣어 부당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찬희 선정수 조민영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