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풍경-서울 대조동루터교회] 문 열린 작은교회, 지역에 큰 감동을…

입력 2011-10-16 20:02


지역사회에 희망을 전하는 작지만 큰 교회가 있다. 서울 대조동루터교회(최태성 목사·사진)는 16일 오후 오랜만에 지역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빌라가 밀집한 곳에 위치한 교회는 오후 2시부터 예배당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자녀교육 특강’을 개최했다. ‘아이 속의 보화 찾기’를 제목으로 목원대 조은하 교수가 강의했다. 이날 조 교수는 언어·논리수학·음악 지능등 ‘다중지능이론’을 통해 자녀들의 가능성을 발견하라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 즉 우리 아이들 안에 있는 보화들을 찾으라는 것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관계를 잘 맺는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공부 안 한다고, 집중력 없다고 자녀를 나무라지 마세요. 꿈을 갖게 해주세요. 우리는 숨겨진 보화도 찾아내야 합니다. 자녀 안에, 내 안에 있는 보화를 발견해서 그것을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십시오. 그것으로 싹을 틔워 열매를 맺고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주십시오.”

지역사회와 함께한 첫 행사

이날 자녀교육 특강은 지난 2월 부임한 최태성 목사의 아이디어였다. 이를 준비하며 최 목사는 교회 인근의 어린이집과 학원들을 다니며 후원을 요청했다. “교회에서 행사를 여는데, 전단지에 후원명칭을 실어도 되겠는지를 물었습니다. 물질적인 후원을 바라는 게 아니라, 홍보를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무 곳 정도 다녔는데, 종교적 색깔을 우려한 원장님들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생각하셨는지 대부분 사양하셨습니다.”

해맑은어린이집, 예원사랑어린이집, 해오름학원, 고운손피아노 등 네 곳에서 함께 참여했다. 고운손피아노 김동형 원장은 이날 특강에 앞서 피아노 독주를 하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대조동루터교회가 이번처럼 지역사회와 어울려 행사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이성문(68) 장로는 “앞으로 우리 교회가 지역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다양한 역할들을 감당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회는 예배당을 지역의 어린이집과 학원들에 무료로 개방해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교회 사이즈로 무엇을 할까?

1970년 2월 15일 차의리 선교사와 홍영환 준목 가정을 중심으로 창립예배를 드린 대조동루터교회는 현재 청·장년, 교회학교 학생들까지 80명 정도 매주일 예배드린다. 소위 작은교회다. 1년 교회예산 8000만원. 40년 된 교회지만 지역에선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우리 교회의 규모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최 목사는 고민했다. 먼저 교회 주차장 입구에 보이는 남녀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했다. 사택이 바로 옆이라 화장실 청소도 최 목사가 맡았다. 그런데 화장실을 개방한 지 1주일 만에 변기가 막혀버렸다. 한편으론 ‘괜한 짓 했나’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예산에서 수리비용까지 감당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사 중이라는 안내 문구를 걸고 1주일 동안 화장실을 공사하면서 기도했습니다. 좋은 일을 하려면 사탄이 방해를 하더라고요. 한 달에 3만원 정도의 공사비를 쓰자고 마음먹고 수리한 뒤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8개월 동안 한 번도 막히지 않았습니다.”

최 목사는 이것으로 대조동루터교회의 첫 마음을 지역사회에 보여줬다고 했다. 열린 마음으로 목회할 것을 다짐한 그는 1층 교회 입구에 기도실을 꾸며 개방했다. 한쪽에는 커피 녹차 등을 마실 수 있도록 카페처럼 꾸며놓았다. 어린 학생들을 위해선 만화로 된 성경책도 놓아두었다.

“교회를 관리하는 게 힘들어 아마 교회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저희 교회는 제가 관리하면 되거든요. 자유롭게 오셔서 기도하시고 차도 마음껏 드시라고 교회 문을 열었습니다.”

작은 감동을 전하는 작은교회

대조동루터교회는 인근의 독거노인 5명에게 한 달에 한번 반찬봉사를 나간다.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엔 교회 성도 서너 명이 정신지체 시설에 가서 식사봉사를 한다. 최 목사는 새벽예배를 마치고 동네 한바퀴를 돌며 청소한다. 어찌 보면 작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사역이 교회에는 감동으로 되돌아온다.

며칠 전에는 반찬을 받던 한 할머니가 감사편지를 직접 써 보내왔다. ‘이 보배로운 그리스도의 향기가 오래도록 그윽하기를 기도한다’며 헌금까지 냈다. 최 목사는 “정말 가슴이 찡했다”며 “우리 교회는 좀 더 베풀고 나누기를 소원한다”고 강조했다.

대조동루터교회는 이날 성령강림절 18번째 주일을 지켰다. ‘천국 일꾼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란 제목으로 최 목사는 메시지를 선포했다. “천국은 사랑과 긍휼을 가지고 마지막 시간까지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이 계신 곳입니다.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을 대할 때 너와 나의 구별이 사라지고 모두 ‘우리’가 될 것입니다. 내 이웃이 내 몸처럼 여겨질 것입니다.”

성도들은 교회의 비전을 재차 마음에 새기고 각자의 삶 속으로 돌아갔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