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음악잡지 ‘대중음악사운드’ 발간하는 박준흠 교수

입력 2011-10-16 19:40


“현장 목소리 전달에 초점 음악산업 건강한 발전 길 제시 정책 담당자들이 읽어줬으면…”

1990년대만 해도 대중음악 잡지가 많았다. ‘핫뮤직’ ‘지엠비’ ‘월드팝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들 잡지가 자취를 감췄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국내외 뮤지션 이력을 알아보고 근황을 엿볼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 누가 이런 잡지를 사서 읽겠는가. 음악 잡지의 생명은 끝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한 대중음악 무크지가 창간되면서 꾸준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 8월까지 세 차례 발간된 이 무크지 이름은 ‘대중음악사운드(SOUND)’. 대중음악 전반을 다루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음악 잡지다.

내용도 참신해 매호 눈길을 끌었다. 예컨대 한국 대중음악 ‘파워 100인’을 정리한 내용은 국내 음악 시장 구조를 들여다보는 지도 같았다. 최고의 보컬리스트 10인 등 각 분야 ‘대표 뮤지션’을 선별한 기획은 그 자체가 한국 음악사를 반추한 작업이었다.

이 무크지를 펴내는 인물은 바로 국내 대표적 음악평론가인 박준흠(45·사진) 서울종합예술학교 공연제작예술학부 교수다. 최근 서울 삼성동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만난 박 교수는 ‘대중음악사운드’를 통해 “음악 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만 보더라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같은 기구가 있어서 현장과 정책을 연계하는 일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데 대중음악은 전혀 그렇지 못하죠. 문화체육관광부 같은 곳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건 SM엔터테인먼트 같은 거대 사기업밖에 없을 거예요.”

이런 문제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박 교수가 ‘타깃’으로 생각하는 독자층도 정부 음악 정책을 만드는 관료들이다. 그는 “정책 담당자들이 이 잡지를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예전부터 대중음악 자료원이나 박물관 얘기가 꾸준히 있어 왔는데 아직 현실화된 게 없어요. ‘대중음악사운드’가 한국 대중음악 ‘명예의 전당’에 추천하는 100인 등을 선정한 것은 언젠가 박물관이나 자료원이 생길 때를 미리 예상해본 거예요. 정부에 일종의 방법론을 제시해본 거죠.”

박 교수는 음악 분야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예컨대 영화 분야의 영진위 같은 역할을 하는 ‘대중음악진흥위원회’(가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연말쯤 발간될 ‘대중음악사운드’ 4호의 주된 내용 역시 이런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그는 “민간 차원에서 ‘대중음악사운드’가 앞으로 전문적 조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