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사라진 마라톤… 무더기 코스 이탈
입력 2011-10-16 19:14
국제 마라톤 경기에서 심판이 자리를 비워 마라토너들이 집단으로 코스를 이탈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일어났다.
16일 오전 경북 경주에서 열린 동아일보 2011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아프리카 선수들이 주축이 된 선두 그룹 10여 명이 40㎞ 지점 교차로를 통과하고 10여분이 지났을 때 오서진(23·국민체육진흥공단)과 김지훈(23·고양시청) 등 한국 선수들 선두 그룹이 나타났지만 심판은커녕 안내 표지판도 없었다. 이에 따라 국내 선수 4명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지 않고 똑바로 달리는 바람에 정식 코스에서 벗어났다.
김지훈은 팀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고 뒤늦게 원래 코스로 돌아왔지만 나머지 3명은 줄곧 다른 길을 뛰다 실격처리됐다. 국내 선두권 선수들이 허둥대던 장면을 지켜보던 국내 실업팀의 한 지도자가 자리를 뜬 심판을 대신해 뒤이어 따라오는 선수들을 원래 코스로 유도, 5위 이후 선수들은 제 길을 달렸다.
이날 사태는 대한육상경기연맹과 동아일보가 올해 대회 코스를 새로 짜면서 경기 요원들과 심판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해 발생했다. 마라톤 대회에서 이와 비슷한 코스 이탈 사건이 발생하기는 1998년 동아 경주대회에서 김이용(38·대우자판)이 다른 길을 뛴 이후 13년 만이다.
한편 이번 대회의 우승은 2시간9분23초를 기록한 케냐 출신의 ‘신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5)에게 돌아갔다. 2위 키마니 마이클 뉴로지, 3위 펠릭스 케니도 모두 케냐 출신이다. 마라톤 강국인 케냐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이번 경주 국제마라톤에서도 1∼3위를 휩쓸었다.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이재광(음성군청)이 2시간25분20초로 1위를 차지했고 박병권(국군체육부대·2시간27분11초)과 김지훈(고양시청·2시간27분40초)이 뒤를 이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