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4분기 기금운용 국내 증권사 대거 배제, 왜

입력 2011-10-16 19:07

국민연금이 올해 4분기(10∼12월) 거래 증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거 배제했다. 업체선정 과정의 잡음을 줄이고 급변하는 대외 금융상황에 철저히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말 4분기 거래 증권사 선정 과정에서 삼성증권·현대증권·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도이치증권·골드만삭스증권 등 5곳을 새로 1등급으로 분류했다. 1등급을 받은 증권사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직접 사거나 팔 때 총 주문금액의 5.5%(2등급은 3%, 3등급은 1%)를 할당받는다.

외국계 증권사를 1등급 거래 증권사 목록에 올린 것은 국민연금이 지난 2분기부터 증권사 선정기준을 개선·적용한 뒤 처음이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지난 2분기와 3분기에는 3등급에 머물렀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옵션쇼크’를 발생시켜 6개월간 거래 정지를 당했던 도이치증권은 등급 밖에 있다가 ‘깜짝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민연금 유치에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며 “최근 급등락한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전망치를 제시한 것이 국민연금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1등급을 차지하고 있던 미래에셋증권을 포함, HMC투자증권·SK증권·한화증권·동양종합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기금운용 거래 증권사 대상에서 대거 제외됐다. 국민연금 측은 이러한 재편에 대해 “정량평가의 결과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이 증권사들로부터 향응·접대를 받는 ‘슈퍼 갑’으로 군림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자 아예 처음부터 비리의혹 관련 잡음을 없애려는 조치를 내놨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 수입의 30%를 차지하는 국민연금 운용사 목록의 변화로 증권업계 수익구조도 큰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연금은 거래업체를 선정하는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증권사에서 향응과 접대를 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 등으로 드러나자 지난 2분기부터 증권사 평가기준을 대폭 개선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