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하는 농수축산 브랜드 특색도 경쟁력도 없다
입력 2011-10-16 19:06
전국 농축수산물 브랜드가 5000개를 넘을 정도로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에서 출하되는 감귤 브랜드만 70개, 돼지고기는 26개에 이를 정도다. 뚜렷한 특색 없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브랜드는 품질을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우후죽순 농축수산 브랜드=농수산물유통공사는 16일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조사한 브랜드 현황을 발표했다. 전국 농축수산물 브랜드는 모두 5291개였으며 지역 단위로 공유하는 공동 브랜드가 737개(13.9%), 생산자 개인 또는 개별 생산단체가 소유하는 개별 브랜드가 4554개(86.1%)였다.
품목별 브랜드는 쌀, 감자 등 식량작물이 1519개(28.7%)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산가공 1054개(19.9%), 과실류 657개(12.4%), 과채류 473개(8.9%) 순이었다.
2006년 조사에서 6552개를 기록했지만 5년 사이 그나마 1261개가 사라졌다. 소멸된 브랜드는 대부분 낮은 인지도 탓에 자연적으로 도태된 영세한 개별 브랜드였으며, 3년간 사용실적이 없거나 갱신 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아 등록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관계자는 “2000년대에 전국적으로 브랜드 개발 열풍이 불어 브랜드가 난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의 지원에 대한 기대감에 앞뒤 가리지 않고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뚜렷한 특색 없이 난립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실례로 제주 지역에서 출하되는 브랜드 감귤만도 모두 70개에 이른다. 우선 읍·면 단위 농협과 생산자조합이 제각각 많게는 5개씩 브랜드를 갖고 있다. 서귀포 중문 위미 남원 표선 등 기후와 토양이 별반 차이 없는 인접한 지역에서도 경쟁적으로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품질 관리 떨어지고 경쟁력 약화=브랜드 난립은 우리 농업의 최대 숙원인 경쟁력 강화를 저해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공사는 “브랜드 난립은 생산부터 유통단계까지 일관된 품질관리 및 전국 산지조직의 규모화 및 권역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자 조직의 덩치를 키워 품질 좋고 특색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소규모로 난립하는 브랜드로는 소비자에게 주목을 받을 수 없다는 진단이다.
브랜드에 대한 사후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유통 중인 브랜드 중 지역 공동 브랜드의 등록률이 83.0%였고, 지역 개별 브랜드는 30.3%에 불과해 대부분의 개별 브랜드가 법적인 상표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는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역 공동 브랜드들이 특정 품목을 강렬하게 떠올릴 정도로 고객들에게 알려진 게 드물다”며 “쇠고기와 쌀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농산물에 동일 브랜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