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연기·경비 축소… 기업들 비상경영

입력 2011-10-16 19:01

글로벌 경제 위기로 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올해 계획된 투자를 연기하거나 집행하더라도 각종 경비를 줄이고 향후 투자는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당초 계획한 올해 7조3000억원의 투자 가운데 1조원가량의 투자를 연기하기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예상한 만큼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 1조원 정도에 해당하는 국내외 설비투자분의 집행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 목표인 23조원은 계획대로 집행하되, 사업부문별 투자 비중을 재조정해 반도체는 높이고 실적이 저조한 액정표시장치(LCD)는 낮추기로 했다.

최근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건희 회장이 “더 정신 차리고 열심해 해야 한다. 지금 같은 식으로 해서는 안 되겠다”고 밝힌 것도 내년 경영 전략이 일부 수정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주력 사업 분야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는 적극적으로 집행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최근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당한 LG전자는 올해 계획한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하되 각종 경비를 줄일 방침이다.

현대차그룹도 사내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의 비용절감 제안 활성화를 유도하고, 신차 개발 초기부터 출시 직전까지 구매와 협력업체 등이 함께 참여해 재료비를 인하하는 합동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다만 연구개발은 물론 현대차 중국3공장과 브라질공장 건설을 양산 일정에 맞춰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등은 이달부터 일제히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각종 판촉비와 광고비, 접대비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신세계도 이달부터 비용절감을 위한 ‘슬림 워크(slim work)’ 체제에 돌입해 판매관리비를 20∼30% 삭감하고, 접대성 경비도 최대한 줄이는 등 긴축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기로 했다. CJ그룹도 내년 투자액이 소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