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애플 쿡 한자리… 소송전 해법 찾을까

입력 2011-10-17 00:24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미국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번 추도식 참석은 애플의 현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양사 간 소송전에서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이 사장은 현지시각으로 16일 오후 6시30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열리는 잡스의 추도식에 참석한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추도식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과 잡스의 일부 지인들만 초청 대상이다.

이 사장은 16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과 애플은 동반자가 돼야 하고, 시장에서는 공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팀 쿡과 만나게 되겠지만, 일 때문에 가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친구로 가는 것”이라며 “추도식에도 회사 손님보다는 친구 위주로 부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특허 소송으로 갈등이 최고조인 시점에 팀 쿡이 이 사장을 직접 초청한 만큼 추도식 이후 양사 최고 경영진 간 별도의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은 스티브 잡스에 대해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었지만 한번 믿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었다”며 “까다로운 고객이자 경쟁자이지만 어느새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제가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제일 먼저 전화해서 위로해 주기도 했다”며 “2005년에는 큰 거래가 있었는데 집에서 저녁을 함께할 정도로 친해졌다”고 소개했다. 비록 애플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지만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팀 쿡이 추도식을 계기로 이 사장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것도 삼성전자가 강경대응으로 노선을 선회하며 예상과 달리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4일 “애플이 제1거래선이기 때문에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초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소송 초기 양상은 애플에 유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통신 분야에서 막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삼성의 반격이 본격화되면 애플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지난 6월 노키아와의 특허 소송에서 패소해 그간의 특허사용료를 일시불로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품질 제일주의’를 지향하는 애플이 세계시장 1위인 삼성의 반도체를 대체할 거래선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양측이 일정한 선에서 화해할 가능성을 높게 한다.

한편 애플은 조만간 3세대 태블릿PC인 ‘아이패드3’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IT 정보매체인 ‘올싱스디(All Things D)’는 14일(현지시간) IT업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이미 ‘아이패드3’ 제작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맨해튼의 투자상담가인 제프 피다카로는 “아이패드3가 올 4분기 중 공개된 후 내년 3월 초 전 세계에서 동시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