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본보 기자 유세현장 ‘불법감시단’ 동행 취재…“이건 위법” 질책 “대충 좀” 한숨

입력 2011-10-16 22:41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선거운동 현장에서 선거부정 감시단원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왜 우리만 감시하느냐”는 한 운동원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감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운동원들이 잘 모르는 선거규정 안내도 감시단원의 몫이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재·보궐 선거를 위해 뽑은 감시단원 20명은 선거 현장을 누비며 불법 행위를 감시한다. 지난 14∼15일 ‘일일 명예 선거부정 감시단원’으로 이들과 함께 움직였다.

지난 15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신천동 잠실교통회관 주변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수백명이 모였다. 이곳에서 열린 ‘서울개인택시 친절봉사 및 서비스 다짐대회’에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방문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 측 운동원들은 회관 앞에서 후보의 프로필과 정책을 담은 ‘선거공보 책자’를 배포했다. 감시단원 신창호(36)씨는 “선거공보는 공직선거법 65조에 따라 우편물로 발송해야 한다”면서 “공보 책자는 현장에서 배포할 수 있는 선거홍보물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운동원들은 “몰랐다”며 배포를 중지했다.

감시단원들은 유세 전부터 바쁘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지난 14일 오후 4시20분 서울 휘경동 이경시장을 방문했다. 감시단원들은 1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불법 선거물이 있는지 살펴봤다. 청량리 과일도매시장으로 이동한 나 후보가 시민들에 둘러싸여 정책 등을 설명하자 나 후보의 말과 행동을 일일이 기록했다.

광화문 프레스센터 9층에 있는 나 후보 사무실에 지지자가 보낸 귤 수십 박스가 들어왔다. 감시단원 민선녀(42·여)씨는 “정치자금법 37조(회계 장부의 비치 및 기재)에 따라 저것도 선거 비용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 후보 측 관계자는 “그런 것까지 어떻게 다 일일이 넣느냐”고 한숨을 쉬면서 “문제되지 않게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안국동 박원순 후보 사무실에서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재활용하기 위해 선택한 노란색 앞치마 유세복이 눈에 띄었다. 한 감시단원이 “투표 이후에도 가치가 있는 물건은 선거 비용 보전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 측은 “나중에 정산할 때 감안해 조치하겠다”고 대답했다.

15일 오후 1시20분쯤 나 후보가 영등포동 타임스퀘어를 방문했을 때 건물 앞에서 한 남성이 ‘주어생략당’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감시단원은 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위법인지 문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주어생략당’이 한나라당이라고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위법행위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경우 법 적용 여부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감시단원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뭘 그리 자꾸 보고하느냐” “대충 좀 하라”는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감시단원 장명선(48·여)씨는 “우리는 단속뿐 아니라 공명선거를 위한 안내인 역할을 하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