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능올림픽 17번째 우승 빛과 그늘] 비인기 분야 수상자들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고민”
입력 2011-10-16 22:38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의 기쁨은 같이 누렸지만 취업 현장에서 입상자들이 가는 길은 제각기 달랐다. 대학 졸업장 없이도 전문기술 인력으로 당당히 인정받아 산업현장을 누비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미래를 고민하며 쓸쓸히 발길을 돌린 이들도 적지 않다.
비인기 분야 구직난 여전=올해 수상자 중 타일, 미장, 화훼장식 등 비인기 분야 수상자들은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고민 중이다. 당장 갈 곳이 없어 결국 대학 진학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귀금속공예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이민기(19)씨는 “다른 국가대표 중에 대기업 소속 선수도 있어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면서 “비금속 쪽은 대기업이 없어서 취업이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모교인 충남기계공업고가 설립한 SN주얼리에 입사한 그는 그나마 다른 비인기 분야 입상자들보다 나은 편이다. 이씨는 “이곳에서 3년 대체복무로 병역을 끝내고 대학에 입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화훼장식 분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유환(18)씨는 수시지원으로 경희대 조경디자인과에 지원했다. 화훼장식만으로는 취업이 힘들다고 판단해 조경을 전공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유씨는 “학교 친구 중에 화훼 쪽을 공부하려는 친구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기능올림픽에서 만난 다른 나라 참가자들은 대부분은 화훼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고, 든든한 생업이 있어서인지 한국 참가자들처럼 메달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것이 유씨의 설명이다.
목공에서 금메달을 딴 김상현(19)씨는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간 취업 준비를 하며 대회를 준비해 성과를 거뒀다. 그는 “전공 분야인 목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는 안정적인 건설회사가 거의 없다”며 “건설·건축 분야에선 금메달을 따도 취업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런 현상은 건설업계도 인정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 기술직에 대한 수요는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산업현장 역군으로=반면 인기 분야는 앞길이 탄탄하다. 이번 대회 CNC/선반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오선직(20)씨는 현재 현대중공업에 재직 중이다. 중학교 때 산업보건협회 간호사로 근무하던 어머니의 권유로 실업계 고등학교(창원기계공고)에 진학한 오씨는 고교 1학년 때인 2007년부터 5년간 대회 준비에만 매진했다. 오씨의 우승에는 현대중공업의 덕도 컸다. 2009년 11월 입사한 신입사원 오씨를 위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1대 1 멘토식으로 전수했고, 오씨가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적·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7일 회사로의 ‘금의환향’을 앞두고 있는 오씨는 “이제는 산업현장에 돌아가 제 ‘주종목’ 선반을 넘어 여러 기계를 만지면서 정밀가공 쪽에서 모르는 것이 없는 그런 기술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국민들이 산업기술에 대한 관심을 갖고 기능올림픽도 (체육)올림픽처럼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웹 디자인 종목 동메달리스트 고경운(19·동일전자정보고 디지털전자과)군도 전공을 살려 지난 8월 대기업에 입사했다. 현재 사내 교육 중인 그는 곧 부서 배치를 받고 전공에 맞는 업무를 할 예정이다. 고군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능반’에서 집중적으로 웹 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었고 그것이 이번 대회까지 연결된 것”이라며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길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김수현 기자 snoopy@kmib.co.kr